아포리즘?
아포리즘이 뭘까?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두산백과 두피디아의 내용이 나온다. 요약하면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이라 할 수 있다.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키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명한 아포리즘은 히포크라테스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이다. 또한 파스칼의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 역시 유명한 아포리즘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오늘 소개하는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은 편역자 김욱이 우리에게 소개하고 싶은 쇼펜하우어의 감동적인 글을 발췌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왕이면 아포리즘이 아니라 원본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쇼펜하우어의 대표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10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논문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칸트 철학을 이해한다는 입장에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칸트를 읽지 않은 상태라면 더욱 읽기 힘든 글이다.
이상하게도 아포리즘을 읽을 때는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그래서 원본을 읽어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원본을 읽으려니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아포리즘에 대해 짜집기라는 편견을 가졌던 것을 반성한다. 지금은 오히려 방대한 책을 읽고 그 핵심만을 추려내는 능력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평범한 우리들을 위해 아포리즘을 출간한 편역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말은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의 부제이다. 편역자는 왜 이 말을 부제로 정했을까? 그것은 당연히 이 말이 쇼펜하우어의 대표적인 아포리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부제는 다소 도전적이면서도 이 책에 구미를 당기게 하는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삶이 편해지기를 원한다. 논리적으로 이 말은 현재의 삶은 고달프다는 현실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 중에 더이상 자신의 삶이 더 편해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주 아주 극소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인생은 힘들다는 얘기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왜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힘든 삶에서의 탈출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염세주의는 희망의 출발점?
우리는 흔히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 철학자로 배웠다. 그래서 별로 그의 철학에 가치를 두지 않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너무도 그를 모르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결코 신세한탄으로 끝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아무도 그를 철학자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책날개에는 그를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로 소개한다. 실존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 또한 근대 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가 염세주의자로 알려진 이유는, 그가 인간 삶의 비극적인 면면을 탐구한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쇼펜하우어가 정말 염세주의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코 절망이 아닌 희망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희망의 출발점은 절망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절망이 없다면 희망도 없을 것이다.
요즘 자기계발과 긍정 철학이 유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이라는 책이 인기를 얻고 있다. "3개월 만에 50000부 돌파, 전 서점 철학 20주 연속 1위"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자기 계발이 대세이고, 능력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든 삶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인생이 왜 힘든지에 대한 근본원인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거기로부터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게 해 준다. 구원은 자신이 죄인임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희망은 절망으로부터 잉태된다.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이 왜 힘든지를 깨닫고 그 현실을 탈출하는 길을 찾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한 번 읽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두번을 읽었다. 부분적 이해가 종합적 이해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을 읽었더니 또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세 번째 읽고 있다. 읽을수록 매력적인 책이다. 이토록 계속해서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 있었는가 싶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2024.02.17 - [추천도서 이야기] - [추천도서] 불안(Status Anziety) - 알랭 드 보통
[추천도서] 불안(Status Anziety) -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알랭 드 보통은 1969년 스위스 취리히 태생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철학 석사를 받았다. 그 뒤 하버드에서 철학 박사 과정
2ssue2ssue.tistory.com
'문학과 철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의 "자아의 연금술" (1) | 2025.01.25 |
---|---|
[추천도서] 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저) (19) | 2024.06.13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기독교적 불안 극복 방법 (27) | 2024.03.28 |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이해하기 - 정치적 관점으로 불안 극복하기(알랭 드 보통) (25) | 2024.03.24 |
사회적 통념을 뒤집은 예술가들 : 장 밥티스트 샤르댕, 토머스 존스, 크리스텐 쾨브케 (22) | 2024.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