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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철학 이야기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의 "자아의 연금술"

by 박노찬 202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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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의 하나인 파울로 코엘료. 그의 책은 전 세계 168개국 73개 언어로 번역되어 무려 1억 35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 태생. 록 음악 작곡가로 브라질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순례여행을 떠난다. 이때의 경험이 그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경험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를 발표하는데, 이는 그를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전 세계적인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2007년 UN평화대사로 임명되어 활동중이다. 2006년, 그는 다시 순례를 떠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신작 <알레프>를 2010년 발표했다.

도서-연금술사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저

 

연금술이란?

연금술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기술을 떠올린다. 그러나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는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진정한 연금술은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에 이르는 길이며, 마침내 각자의 참된 운명, 즉 자아의 신화를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연금술사
연금술사

자아의 신화?

기독교의 관점에서 자아의 신화를 이룬다는 개념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기독교에서 자아는 대개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된다. 자아는 타락한 인간 본성으로서 신의 뜻에 부합되지 않는다. 이 타락한 자아에서는 거룩한 것이 나올 수 없고, 그가 쌓는 것은 무너질 바벨탑에 불과하다. 이 자아는 십자가에서 못 박히고 다시 태어나야만 신의 뜻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코엘료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라고 말한다. <연금술사>를 읽어보면, 그가 그리는 자아는 우리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순수한 마음, 순수한 영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독교적인 배경이 책에는 깔려 있지만,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거듭남이라는 과정 없이도 인간의 자아 속에는 순수한 신의 형상이 담겨 있다고 보는 듯하다. 어쩌면 거듭남이란 과정 역시 성령의 이끌림에 의한 마음의 결단의 결과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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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라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첫걸음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코엘료 역시 마음의 소리에 따라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산티아고 순례를 떠났을 것이다. 순례길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을까? 순례는 분명 그의 자아를 단련하고 변화시켰음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오늘의 명작들이 탄생한 것이 아니겠는가? 

 

주인공 산티아고

<연금술사>에는 산티아고라는 주인공 청년이 등장한다. 그는 16세까지 신학을 공부했다. 신부가 되어 집안의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 그의 부모의 뜻이었다. 그러나 산티아고의 마음은 신학교에 없었다. 오히려 그의 마음은 "사람들은 어째서 신학교에서 신을 찾겠다는 걸까?"라고 속삭였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다. 그것이 신이나 인류의 죄악에 대해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양치기라는 직업을 택한다. 

 

그의 아버지는 더 이상 그를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양을 살 금화 세 개를 주면서 "이것으로 양들을 사거라.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 맘껏 돌아다녀. 우리의 성이 가장 가치 있고, 우리 마을 여자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배울 때까지 말이다."라고 축복을 빈다. 

 

아버지는 왜 산티아고를 말리지 않고 축복했을까? 산티아고는 아버지의 눈을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세상을 떠돌고 싶어 한다는 걸. 물과 음식, 그리고 밤마다 몸을 누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때문에 가슴속에 묻어버려야 했던, 그러나 수십 년 세월에도 한결같이 남아 있는 그 마음 때문이라는 걸. 

 

<연금술사>는 마음의 소리에 따라 양치기의 삶을 시작한 산티아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마음의 소리는 양치기의 삶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한 꿈을 꾸게 되며, 그 꿈을 따라 이집트로 향한다. 피라미드 근처에 그를 위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꿈이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로 향하는 그의 여행은 어떠했을까? 순탄했을까? 마음의 소리에 따라 걷는 여정이었지만, 결코 순탄치 않았다. 여러 우여곡절이 끝에 그는 수년만에 피라미드에 도착한다. 그는 어떤 보물을 발견했을까?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 여정에서 당신을 위한 보물도 발견하게 될지 누가 아는가?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나가며

거듭남 또는 구원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신이 허락한 아름다운 인생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구원 이후에 성화와 영화의 삶이 있듯이, 우리의 인생은 신이 각자에게 부여한 꿈(은사)을 발견하고, 그것을 성취함으로써 빛나게 된다. 하고 싶은 일, 마음에 끌리는 일이 있지만, 먹고사는 현실의 문제 앞에서 모든 것을 접어두고, 그저 돈벌이에 하루하루의 삶을 바쳐야 한다면, 얼마나 불쌍한 일인가? 나 역시 이 문제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하루빨리 일로부터의 은퇴를 꿈꾼다. 자유롭게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길을 떠나기 위해서. 그래서 오늘도 투자하고 책을 읽고 글쓰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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