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높은 지위를 얻고자 할까? 어떤 동기에서 우리는 높은 지위에 오르고자 하는가? <불안>의 저자 알랭 드 보통에게서 그 이유를 들어보자.

일반적 가정
높은 지위를 얻고자 하는 일반적인 가정으로는 돈, 명성, 영향력에 대한 갈망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의식주가 확보된 뒤에도 사회적 위계질서 상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바란다. 왜 그럴까? 알랭 드 보통은 그곳에서 물질이나 권력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돈, 명성, 영향력"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사랑의 상징 내지는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중시된다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받기 원하는 사랑
부모나 애인에게서 원하는 "사랑"을 세상에게서 원하는 것이다. 사랑은 일종의 존중의 표현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주면, 우리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의 존재에 주목하고, 우리 이름을 기억해 주고, 우리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고, 약점이 있어도 관대히 받아주고, 요구가 있으면 들어주기 때문이다. 에로틱한 사랑과 마찬가지로 "지위와 관련된 사랑" 역시 다른 사람들의 호의를 받으며 편안함을 느낀다.
이름 있는 사람
사회에서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이름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 반대의 경우는 '이름 없는 사람'이 된다. 지위에 따라 우리의 인격은 질적인 대접 차이를 겪는다. 지위가 낮은 사람은 눈에 띄지도 않고, 퉁명스러운 대꾸를 들으며, 개성은 짓밟히고, 정체성은 무시당한다. 낮은 지위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들을 낳는다. 물질적 불편은 모욕을 동반하지 않으면 불평없이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울화가 치밀고 무기력한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왜 높은 지위를 얻고자 하는가? '이름 있는 사람'이 되어 온 세상의 주목을 받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은 이름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두 번째 사랑 이야기
'지위에 대한 갈망'은 로맨틱한 성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이야기에 이은 세상이 주는 사랑을 추구하는 두 번째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첫 번째 사랑 이야기만큼이나 강렬하며, 복잡하고, 중요하며,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이 사랑을 이루지 못할 때의 고통은 첫 번째 사랑에 실패했을 때의 고통만큼이나 고통스럽다.
이 어찌 가슴 아픈 상처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름 없는 사람'으로 버림 받은 채 멍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체념해야 하는 인생의 아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사랑의 결핍이 주는 영향
사랑의 결핍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사람들에게 투명인간 취급당하고 무시를 당하게 될 때 우리 마음에는 어떤 화학적 변화가 일어날까? "울화와 무력한 절망감"이 배어 나와 우리의 가슴을 시퍼렇게 멍들게 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는가?
우리는 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할까?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부모가 불러주는 이름과 우리를 대하는 말투나 우리에 대한 평가를 들으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갖기 시작한다. 그 뒤 형제자매나 친구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태도나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평가나 판단에 의재 좌우되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알 수 있다면 우리는 남들의 반응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평가에 좌지우지된다. 그래서 우리는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의 애정을 먹고 사는 존재
혹시 우리는 남의 애정 덕분에 우리 자신을 견디며 사는 것은 아닐까? 알랭 드 보통은 우리의 '에고'나 '자아'를 풍선에 비유한다. 우리의 자아는 늘 사랑이라는 외부의 헬륨을 불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도 취약하기 짝이 없다. 어이없게도 우리는 남의 관심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결국 '지위'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을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즉, 지위(자리)는 오늘날 사랑을 얻는 열쇠가 되었다.
나가며: 자아 정체성의 문제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어보니, 지위는 곧 자아 정체성을 얻는 수단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서글프다. 높은 지위는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1등은 1명이며 나머지는 1등이 되지 못한다. 높은 지위에 올라야지만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면 나머지는 사랑받지 못하는 버림받은 존재라는 말인가? 그래서 낮은 지위에 처한 사람들은 비참한 자아를 부둥켜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물론 알랭 드 보통이 여기서 모든 결론을 끝맺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금은 지위로 인한 불안의 원인 중 하나인 사랑의 결핍에 대해 말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그는 이것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단지 사회적 지위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것으로부터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인지를 발견해 낼 수 있는 번뜩이는 혜안을 펼쳐줄지 기대가 된다. 과연 그는 어떤 해법을 제시할 것인가?
궁금하신 분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은근히 나를 끌어 당긴다. 자꾸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가 왜 높은 지위를 바라는지, 내가 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지 생각게 한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어떤 위로를 줄지, 나에게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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