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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철학 이야기

기대가 클수록 불안도 커진다

by 박노찬 202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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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란 무엇일까? 부란 절대적인 것인가, 상대적인 것인가? 원시시대의 야만인과 현대의 노동자 중 누가 더 부자일까? "부"는 숫자적인 것인가, 감정적인 것인가? 혹시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잘못된 부의 개념 때문에 궁핍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을까? 오늘은 부에 대해 날카롭고 기묘하면서도 섬뜩할 정도로 설득력 있는 장 자크 루소의 주장을 들어보고, 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교정해 보자. 

기대가 클수록 불안도 커진다

부에 대한 루소의 주장

물론 나는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4)을 직접 읽어 보진 못했다. 다만 그의 주장에 대해 소개하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 실린 내용을 보고 파악할 뿐이다. 결국 알랭 드 보통이 이해하는 루소의 주장을 옮길 뿐이다.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부는 무엇인가?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 가난해지나? 루소에 의하면,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과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그럼 우리는 언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부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루소는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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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성공과 실패

현대사회는 루소가 말한 첫 번째 방법으로 사람들을 부자로 만드는 데는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욕망을 줄기차게 부채질한 결과 이미 이룩한 부의 성취에 대해 스스로 부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부유하다고 느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 큰 물고기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발전된 사회는 역사적으로 볼 때 이전 사회보다 더 높아진 소득을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 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를 더 궁핍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발전되고 소득이 늘어난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궁핍을 느끼는 것일까? 

 

무제한의 기대와 커지는 불안

우리는 무제한의 기대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무제한의 기대는 우리가 원하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 우리의 현재의 모습과 달려졌을 수도 있는 모습 사이에 늘 괴리를 낳는다. 기대가 클수록 현실과의 거리는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적인 부가 늘어난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원시시대의 야만인들보다 더 큰 궁핍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의 행복의 수준과 기대의 역할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의 수준은 기대의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였다. 즉 우리가 적은 것을 기대하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기대하도록 학습을 받으면 많은 것을 가지고도 비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소의 벌거벗은 야만인은 가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많은 것을 소유한 현대인들과는 달리 아주 적은 것을 갈망하는 데서 오는 큰 부는 누릴 수 있었다. 

 

나가며 : 기대가 클수록 불안도 커진다

우리는 과거의 조상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대가는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이라고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기대가 클수록 불안도 커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자기계발론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큰 기대를 해야 작은 성취라도 이룰 수 있다고 배운다. 그래서 큰 꿈을 꾸어야 한다고 배운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알랭 드 보통의 말이 뒤집히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 욕망과 현실 사이에는 늘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그 간극은 채워지지 않은 궁핍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늘 우리는 궁핍의 상태에 놓여 있게 된다. 기대가 클수록 기대가 실현될 수 없다는 불안감도 커진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을 포기할 수도 없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도 없다. 경제적인 목표를 세우고 저축이든 투자든 부자가 되려는 계획을 세우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수준의 문제인가? 방향의 문제인가? 알랭 드 보통은 이에 대한 우리의 갑갑함을 어떻게 해결해 줄까? 결국엔 <불안>이라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것 같다. 해답을 기대하면서. 원하는 기대만큼의 시원한 해법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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