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필립 피셔의 책은 훌륭한, 또는 올바른 주식투자가 무엇인지를 한마디로 설명해 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책 표지에는 "필립 피셔는 오늘의 나를 만든 스승이다"라는 워렌 버핏의 말이 실려 있다. 워렌 버핏은 오늘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투자의 대가이다. 그런 그를 만든 스승이 필립 피셔라면 우리는 마땅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주식투자와 철학
목차와 필립 피셔의 아들이 쓴 서문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실려 있다.
주식 투자 규모가 크건 작건 이런 철학에 집착하지 않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자 한다: "나는 이미 굳게 결심했으니 더 이상 어떤 사실을 제시하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아주시오."
이 문구는 필립 피셔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그 어떤 주변의 메시지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철학이 주식투자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서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는가? 아직도 난 투자와 트레이딩 사이에서 일정 부분 헤매고 있다. 말로는 투자를 외치지만 트레이딩의 유혹에 마음이 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립 피셔는 마치 성경의 문구와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시편 57편 7절에서 다윗은 자신을 죽이려고 숨통을 조여 오는 사울 왕의 군대 앞에서 구원자 되시는 하나님께 자신의 운명을 맡기며 그를 찬송한다.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 이 시구에는 계속되는 반복법이 등장한다. 내 마음이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내가, 노래하고 찬송하리이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자신의 구원자를 향한 절대적인 신앙이 결코 흔들리지 않음을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서 얼마나 자주 주변의 뉴스들에 마음이 흔들리는가? 강세장에선 포모에 흔들려 고점 매수를 하고, 약세장에선 공포에 투매를 하고 만다. 필립 피셔는 어떠한가? 그는 이미 굳게 결심했다고 말한다. 주식 투자에 대한 그의 흔들리지 않는 철학은 무엇인가?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이것이 바로 그의 철학!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 그리고 계속 보유하는 것! 필립 피셔는 정말로 위대한 기업을 발굴했다면 주식시장이 천정과 바닥을 오가며 출렁거리는 동안에도 계속 보유하는 것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기 위해 분주하게 온갖 주식을 매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훨씬 더 큰 투자수익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한다. 그의 이 철학은 성공적인 투자로 들어서는 첫 관문의 열쇠와도 같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위대한 기업인가?
위대한 기업의 15가지 포인트
1. 적어도 향후 몇 년간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는가?
2. 최고 경영진은 현재의 매력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 생산라인이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려워졌을 때에도 회사의 전체 매출액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있는가?
3.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은 회사 규모를 감안할 때 얼마나 생산적인가?
4. 평균 수준 이상의 영업 조직을 가지고 있는가?
5. 영업이익률은 충분히 거두고 있는가?
6. 영업이익율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7. 돋보이는 노사 관계를 갖고 있는가?
8. 임원들 간에 훌륭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가?
9. 두터운 기업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10. 원가 분석과 회계 관리 능력은 얼마나 우수한가?
11. 해당 업종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별도의 사업 부문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경쟁업체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기업인가를 알려 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가?
12. 이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기적인가 아니면 장기적인가?
13.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가까운 장래에 증자를 할 계획이 있으며, 이로 인해 현재의 주주가 누리는 이익이 상당 부분 희석될 가능성은 없는가?
14. 경영진은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는 투자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는 "입을 꾹 다물어버리지" 않는가?
15.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최고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언제 사고 언제 팔 것인가?
결정적인 투자 수익, 다시 말해 최대의 이익에 근접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매수 타이밍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 경기 사이클 국면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야 하며, 금리의 흐름이나, 정부정책의 방향, 인플레이션의 추세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발명과 기술이다.
매수 타이밍
단기적인 경제 전망을 보고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매수 타이밍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그것은 성장주 자체의 본질적인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필립 피셔는 근본적으로 성장주 투자자였다) 뛰어난 기업의 기본적인 특징 중 하나는 이런 기업은 대개 한 두 분야에서 과학 기술의 최첨단에 서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매수하는 것이 좋은가? 필립 피셔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상업적인 대규모 생산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또한 장기적인 전망이 확실히 좋고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는데, 주가가 떨어져 있다면 그때가 매수 타이밍이다. 또 극복될 문제인데 그 때문에 주가가 떨어져 있다면 그 역시 투자의 적기라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테슬라에 과감히 적용해 본다면, 요즘이 적기라 할 수 있다. 테슬라의 장기 성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문제들이 테슬라의 주가 상승을 발목 잡고 있다. FSD(완전자율주행)의 완성이 늦어지는 점, 고금리로 인한 영업마진의 하락, 사이버트럭의 대량생산 지연, 테슬라 로봇에 대한 악성 루머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복될 문제들이다. 금리는 저금리 기조로 전환하였고, 매출은 장기 상승이 확실하며, 누가 뭐라 해도 전기차 분야에서는 테슬라의 지배력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위의 문제들이 한 가지 한 가지 해결될 때마다 테슬라의 주가는 퀀텀 점프를 할 것이다. 전고점을 회복한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 비하면 아직까지 테슬라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러나 테슬라만큼 팬덤이 강하고 기존 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져올 신기술과 신제품을 가진 회사가 또 어디 있을까? 단기적 악재로 주가가 더 떨어져 준다면 그것은 오히려 투자 수익률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매도 타이밍
그럼, 언제 팔 것인가? 필립 피셔는 세 가지 경우를 제시한다.
1. 투자 판단 실수로 판명될 때
우수하다고 믿었던 투자회사의 장점이 갈수록 우수하지 않은 것임이 명백해질 때다. 이럴 때 우리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을 버리고, 실수에 대해 빨리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본전을 건지기 위해 보유하는 것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 길이다.
2. 시간이 지남에 따라 15가지 위대한 기업의 포인트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매수 당시 특출했던 기업이 경영진의 능력이 떨어졌거나 계속 성장하던 주력제품의 시장 전망이 과거만큼 좋지 않다면 그때가 바로 매도 타이밍이다.
3. 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 기업이 나타날 때
애초에 위대한 기업을 발견해 투자했다면 세 번째 매도 이유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연간 성장률 전망이 나중에 발견한 더욱 매력적인 투자 대상 기업에 비해 떨어진다면 종목 교체를 위해 매도를 할 수 있다. 이 때는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잘못 판단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 외에 약세장이 임박했다는 이유만으로 빼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정말로 위대한 기업이라면 다음 강세장에서는 틀림없이 전고점을 넘어 신고가를 기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두려움 때문에 보유 주식을 팔았는데 약세장은 아예 오지 않고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는 경우도 자주 있다. 또 매도 가격보다 저가에 재매수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론 상으론 가능하나, 막상 주가가 떨어지면 혹시 무슨 일이 더 벌어질까 두려워 여전히 재매수를 하지 못하게 된다. 정말로 주식시장은 심리학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투자는 실전이다. 이론대로 되지 않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필립 피셔는 말한다. 정말로 뛰어난 기업의 주식은 현재의 순이익으로 계산한 주가수익비율(PER)이 훨씬 높을 것이고, 또 높아야만 한다고 말이다. 한마디로 이런 기업의 계속적인 성장에 동참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무척 가치 있는 일이지 않느냐고 말이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이 주식의 향후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매수 후 가만히 있었으면 손에 넣었을 큰 이익을 투자자들은 아깝게 놓쳐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언제 그런 어리석은 일이 벌어질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너무 많이 상승했을 때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고평가되었고, 상승 잠재력이 전부 소진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매도해선 안된다.
결론 : 진정한 투자철학을 정립하자
주식투자의 본질은 무엇일까? 자신을 투자자가 아닌 트레이더라 말하는 사람에게는 주식투자의 본질을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다. 그는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라 말하면서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은 가짜 투자자라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것 역시 투자보다는 배팅(게임)에 가깝다. 물론 너무나 확신에 찬 나머지 크나큰 변동성의 위험을 감내할지라도 장기 상승을 믿으며 하락장을 버텨낼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자라 할 만하다.
그러나 진정한 투자란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최대한의 이익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닌가? 물론 큰 변동성을 커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2배, 3배 레버리지 상품은 해당 기업의 주식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아니라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임이 분명하다. 나 역시 일정 부분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고 있지만, 본주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늘 일종의 죄책감을 갖고 있다.
필립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책은 나의 주식 투자에 있어서 일종의 전환점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이것은 하나의 인생철학 정립과도 같다. 핵심은 본질에 장기간 몰입하는 것이다. 액체 시대의 액체 괴물과 같이 이일 저일, 이 주식 저 주식을 전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와 미래 시대의 가장 위대한 기업에 장기간 투자함으로써 그 기업을 응원하며, 그 기업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그 기업과 헤어질 날이 오겠지만, 한 번 맺은 신중한 인연을 작은 일들로 인해 끊어 버리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며, 자신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명저들이 있음에도 왜 우리는 수많은 방법론을 찾아 헤매며 큰 이익을 버리고 작은 이익들에 목 매이는 것일까? 이는 마치 신앙과도 같다. 진리를 따르면 자유를 얻고 생명과 복을 얻는 것을 알면서도 진리를 떠나 자신의 생각에 옳은 길을 간다. 자유의지의 유혹은 구속하는 것 같은 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자유를 얻을 것만 같은 선악과를 향해 손을 뻗게 만든다. 명약과 같은 진리 대신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로운 것처럼 탐스러워 보이는 자신의 생각을 좇아 살아간다.
실낙원과 복락원, 이것 역시 나의 선택(자유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이 아니러니 하다. 우리는 실낙원에서 또한 역시 자유의지를 발휘해 복락원으로 향할 수 있다. 실낙원의 경험은 나의 실수(죄)를 깨닫게 해 주며 복락원으로의 복귀를 갈망케 한다. 이제 복락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딛자. 신은 기꺼이 탕자의 귀가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주고 성대한 잔치를 베푸실 것이다.
<<참고문헌>>
필립 피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굿모닝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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