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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철학 이야기

가슴 뛰는 삶을 원하십니까? -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

by 박노찬 202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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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활력이 필요할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나요? 꿋꿋이 인내하며 버티십니까? 그보다는 적극적인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사람들은 활력이 필요할 때, 평상시와는 다른 무언가를 시도합니다. 예를 들면 영화를 보거나 산행을 하거나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오늘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특별한 문학 장르를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호러물(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썸네일-가슴뛰는삶을원하십니까?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

무서운 이야기의 효과

호러물은 의도적으로 공포심을 건드려 쾌감을 유도하는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신경과학적으로 말한다면, 무서운 이야기는 허구적 위협으로 우리 뇌에 실감 나는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아들레날린이 분비돼 맥박이 고동치고, 기분 좋은 엔도르핀이 나와 생리적인 흥분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무서운 이야기가 늘 좋은 흥분만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나쁜 흥분도 제공합니다. 두 가지 흥분 간의 차이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뇌하수체를 지나 신장의 부신 피질까지 뻗어있는 묘한 해부학적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HPA축이라고 부르는데, 이 HPA축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각성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혈중 코르티솔 수치는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HPA축의 조절기능에 의해 떨어졌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상승하며, 기상 후 30분쯤 지나서 최대치에 도달합니다. 이 코르티솔 상승은 마치 몸에서 나오는 천연커피와 같아서 하루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에너지와 집중력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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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코르티솔의 부작용

그런데 우리가 겁을 먹으면 HPA축이 코르티솔을 필요이상으로 분출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도한 코르티솔은 뇌에서 여분의 카페인처럼 작용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코르티솔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론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불면증, 불안, 우울증, 당뇨병, 심장마비, 뇌졸중과 같은 질병의 확률을 높여 줍니다. 

 

이러한 코르티솔의 부정적 효과는 20세기 중반 한스 셀리에 박사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후 의사들은 혈중 코르티솔 농도를 높일 수 있는 일들은 모두 삼가라고 권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레스를 피하고 유령이야기도 더 이상 읽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쁜 스트레스와 좋은 스트레스

그런데 셀리에 박사가 연구를 계속한 결과, 스트레스가 늘 해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1974년 출간한 <고통 없는 스트레스>에서 그는 스트레스를 두 종류로 나누었습니다. 부정적 결과를 낳는 나쁜 스트레스인 "디스트레스(distress)"와 긍정적 결과를 낳는 좋은 스트레스인 "유스트레스(eustress)"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나쁜 스트레스와는 달리, 좋은 스트레스는 불면증, 불안, 뇌졸중, 당뇨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여분의 코르티솔 혜택을 제공하여 에너지와 집중력을 높여주게 됩니다. 게다가 부작용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의 근본적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그 스트레스가 자발적이냐 아니냐에 대한 뇌의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뒤통수를 치는 사기꾼이나 폭군 같은 상사나 의료 위기 때문에 생긴 비자발적 스트레스는 나쁜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거나 첫 데이트를 나가거나 꿈을 이루고자 모든 걸 투자하는 등의 자발적 스트레스는 좋은 스트레스입니다. 따라서 좋은 스트레스의 활기찬 쾌감을 원한다면, 그냥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나쁜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로 전환하는 방법

 더 나아가 나쁜 스트레스도 싹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저 나쁜 스트레스를 포용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선택은 자발적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데이트 거절을 당하거나 암진단을 받게 된다면 나쁜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이때 어떻게 하면 나쁜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이 모든 상황을 개인적인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결심하면, 디스트레스가 유스트레스로 바뀌어 불안 대신 활력과 집중력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식의 인식 전환이 쉽게 이루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문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앵거스 플레처는 자신의 책,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오트란토 성

<오트란토 성>은 1764년에 호레이스 월폴이 쓴 괴기 공포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는 대단히 기이한 결혼식 이야기가 나오는데, 성대하게 잘 준비된 예식장에 드디어 신랑이 기대에 찬 수많은 시선들을 향해 입장을 하는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투구가 떨어져 깔리고 맙니다. 모두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습니다. "오! 투구다! 투구다!"

 

이 소설에 대해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월터 스콧은 마치 낡은 초상화에 그려진 눈이 느긋하게 걸어가는 자신을 흘려보는 것과 같은 기이한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811년에 첫 소설을 출간한 제인 오스틴은 그 장면에서 전혀 오싹한 전율을 느끼지 않았으며, 오히려 웃음이 터져나와 멈출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오스틴의 반응이 월터 스콧에겐 이상하게 보였겠지만, 엄청난 소동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이 미소를 짓거나 깔깔 웃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경학적으로 볼 때 공포감과 유쾌감은 정신적 기원이 같다고 앵거스 플레처는 말합니다. 둘 다 우리 뇌가 기이한 것을 지각했을 때 나오는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뇌가 어떤 변칙을 포착하면, 위협 탐지 네트워크는 전두 피질의 의사결정 기관에 경고를 보내 여기 뭔가 이상한 게 있다는 것을 알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전두 피질은 그것을 분석하여, 확실히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겁을 먹고 당장 도망치라고,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우리 뇌는 깔깔 웃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뇌는 무서운 이야기 외에 또 다른 기이한 것에도 신경 반응을 보이는데, 또 다른 기이한 것을 앵거스 플레처는 "코미디(희극)"라고 말합니다. 코미디는 이상한 캐릭터나 별난 계락을 소개한 다음, 그들의 무해함을 드러내 우리를 깔깔거리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왜 이상하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것들을 보고 킥킥 웃도록 설계되었을까요? 이에 대해 앵거스 플레처는 우리 뇌의 유머 반응은 위협 탐지 네트워크에 의해 유발된 스트레스를 뒤집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웃음의 생리적 기능 중 하나는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HPA 축이 실수로 혈중 코르티솔 농도를 높일 때 웃음이 그 실수를 씻어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포와 웃음의 신경 기원이 같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프랑켄슈타인

그런데 제인 오스틴보다 몇 년 뒤에 메리 셸리는 우리가 공포 소설에 대한 반응으로 훨씬 더 강력한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전환은 체내에 분출된 코르티솔 수치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뭔가를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메리 셸리는 높아진 혈중 코르티솔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다 과학자의 환영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초자연적인 공포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 환영에서 과학자는 자신의 엔진을 만들고 생명의 비밀을 엿보겠다고 선택합니다. 이 환영을 보고 메리 셸리는 흥분하게 되었는데, 과학이 우리에게 전지전능한 힘, 불멸, 부활 등 뭐든 다 성취할 수 있다고 믿게 함으로써 우리 뇌를 흥분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2년 뒤 1818년에 셸리는 오밤중에 봤던 환영을 확대하여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출간했는데, 다음과 같은 서두로 시작합니다. 

 

영원한 빛의 나라에서 무엇인들 기대하지 못하겠습니까? 그곳에서 나는 나침반 바늘을 끌어당기는 경이로운 힘을 발견할 수도 있고, 하늘의 수많은 별을 가깝게 관측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생각이 저를 유혹합니다. 이만하면 위험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충분하지요. 

 

북극으로 떠나는 과학 탐사를 상상토록 유도하는 이 글은 과학에 대한 프로메테우스의 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꿈은 우리가 운명을 설계하는 신이 될 수 있다고 믿게 합니다. 이 과학 탐사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위협"은 건강을 위협하는 디스트레스가 아닙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유스트레스입니다. 

 

<오트란토 성>과 같은 초기 고딕 소설은 이야기 속으로 휘말려 들게 하면서 나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우리 뇌를 무기력한 공포에 더 깊이 빠뜨려 익사시키고 질식시킵니다. 그런데 1818년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등장으로 공포에 대한 몰입에서 우리를 순간순간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문학 장르를 요즘 "메타 호러(meta-horror)"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공포에 휘말리는 것을 뒤집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포는 단지 우리가 소비하겠다고 선택한, 또 앞으로도 계속 소비하겠다고 선택할 수 있는 허구일 뿐이라고 의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프랑켄슈타인> 끝부분에서 북극 탐험의 배가 얼음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자 선원들은 폭동을 일으켜 원정을 그만두고 돌아가자고 요구합니다. 그때 프랑켄 박사가 선원들을 향해 외칩니다. 

 

"당신들은 이것을 영광스러운 탐험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영광스러웠습니까? 남쪽 바다처럼 잔잔하고 매끄러웠기 때문이 아니라 위험과 공포가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일이 닥칠 때마다 불굴의 용기를 발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위험과 죽음이 에워쌀 때마다 당신들이 용감하게 극복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연설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선원들 스스로 위험과 죽음에 직면하겠다고 선택했음을 상기시킵니다. 게다가 그 선택은 선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혼을 일깨우며 마음을 들뜨게 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유익한 선택이었습니다. 이제 또 다른 선택의 순간이 도래했습니다. 원정을 포기하고 평안히 돌아가거나, 아니면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하고 고동치는 맥박으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선택입니다. 

 

나가며: 당신의 선택은?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후퇴하는 선원이 되겠습니까? 아니면 제2의 프랑켄슈타인이 되어 돌진하겠습니까? 후자를 선택한다면 당신은 기분 좋은 유스트레스를 얻을 것입니다. 

 

삶에 무기력을 느낄 때, 다시금 가슴 뛰게 할 무엇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그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호러물입니다. 단 호러물에 휘말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와 나 자신과의 거리를 인식할 수 있는 메타적인 관점에서 호러물을 본다면, 적절한 코르티솔 상승으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러물을 보는 것은 나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므로 자발적 스트레스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또 오늘 주제와 관련되어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점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나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나아가 어떻게 좋은 스트레스로 전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것은 나쁜 스트레스를 유발한 상황을 나의 성장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비자발적 스트레스가 자발적 스트레스로 전환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순간순간 나쁜 감정이 되살아날 수 있지만, 그때마다 성장기회로 삼기로 했던 나의 결정을 되뇌면 선택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쁜 스트레스가 나를 삼키려 달려들 때마다 빨리빨리 좋은 스트레스로 전환하는 지혜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전투력도 상승시켜 주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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