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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철학 이야기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누구나 만들 수 있다?

by 박노찬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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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사람과 겁쟁이는 타고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용기가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로 인해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용기, 정말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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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용기(courage)의 출처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저자 앵거스 플레처는 자신의 책에서 "용기의 신경계 출처"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참고로 앵거스 플레처는 복수 학위, 즉 신경과학 학사 학위(미시간대)와 문학 박사 학위(예일대)를 갖고 있습니다.

 

용기(courage)는 '심장'을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cuor와 고대 라틴어 cor에서 유래했습니다. 고대 프랑스어와 라틴어 문장가들에게 있어서 용기란 금욕적 미덕이나 이성적 선택이 아니라, 위험한 순간에 혈관을 타고 돌진하는 공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기운이었다고 플레처는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용기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뒤로 물러서지 않으려는 심리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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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신경과학은 '용기의 신경계 기원'에 대해 밝혀냈는데, 뇌의 중심부 깊숙한 곳에 편도체가 있고, 이 편도체가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공포에 휩싸여 하던 일을 팽개치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교감신경계와 뇌의 위협-반응 네트워크의 요소들을 자극해 아드레날린과 천연 오피오이드 진통제 혼합물을 방출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통증 감각을 둔화시켜 우리를 에너지로 가득 채운다고 합니다. 이 에너지의 본래 목적은 우리를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신경성분 하나를 더하면 용기로 전환될 수 있는데, 그 성분이 바로 옥시토신입니다. 

 

옥시토신은 산모와 신생아를 결합(연대)시키는 호르몬인데,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분비되기도 한답니다. 이 호르몬을 방출하는 뇌하수체는 편도체 바로 밑, 터키 안장이라는 뼈에 놓여 있답니다. 이 터키 안장을 지휘 벙커로 삼아 뇌하수체는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것을 감지하게 되면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됩니다. 

 

이 옥시토신 분비 덕분에 우리 사람은 대다수 다른 동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위험에 반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자는 위협을 받을 때 회피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며, 발각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래도 들키면 그냥 도망치려고 하며, 도망치기도 어려운 경우에만 맞서 싸운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옥시토신이라는 사회적 유대를 통해 훨씬 더 효과적인 생존 전략을 펼쳐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기근이나 전염병이 지속될 때 뇌하수체에서 감지된 다른 위협받는 사람들과 음식이나 약을 공유하고, 매복 공격을 당하는 위급한 상황에는 바로 뭉쳐서 전투 대형을 형성하게 됩니다. 혼자 도망치는 것보다 함께 대형을 갖춰 싸우는 것이 생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함께 뭉치면 어떠한 위협보다 더 크고 강해질 수 있다고 느끼는 유대감이 공포 반응으로 촉발된 신경화학물질과 결합할 때, 심장에서 세 배나 뜨거운 열기가 솟구친다고 합니다. 피를 뿜어내는 아드레날린의 열기와, 고통을 덜어주는 천연 오피오이드의 열기와,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시키는 옥시토신의 열기가 한 데 뭉쳐 묘약처럼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고통을 덜 느끼게 하며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심장에서 타오르는 이 불꽃이 바로 용기인 것입니다. 

 

찬가의 용기 증진 효과

또한, 앵거스 플레처는 찬가와 용기 증진과의 관계를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찬가는 신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기원전 480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살라미스 전투를 기억하십니까? 그 전투에서 그리스 군은 수백 척의 갤리선(군용 돛단배)으로 수천 척의 페르시아 제국 함선을 물리칩니다. 그런데 그 긴박한 전투의 서곡으로 극작가 아이스킬로스가 지은 노래가 울려 퍼졌다는 것입니다. 훗날 페르시아인들마저 그가 부른 노래에 감탄했다는 것입니다.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찬가를 불렀기에 용기 충천한 마음을 안고 전쟁터로 달려가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찬가의 용기 증진 효과는 현대 과학의 두 연구로도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억압받는 동안 단체로 부르는 노래는 불안에 떠는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있다는 뇌하수체의 느낌을 증폭시켜 혈중 옥시토신 수치를 상승시킨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신이 우리와 고난을 함께 하신다고 느끼게 하는 기도를 통해서도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찬가를 통해 옥시토신이 분비된 그들은 기꺼이 고통받는 동족과 그들의 신과 연대하여 당당히 페르시아 군의 위용에 두려워하지 않고 맹렬히 싸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12,000행짜리 군가, <일리아드>

이런 용기라고 하는 신경-문학적 발명품은 아이스킬로스보다 2세기 먼저 태어난 호머에 의해 갈고닦아져 왔다고 플레처는 말합니다. 호머의 <일리아드>는 전체 내용이 찬가이며, 우리 마음속에 잠재된 용기를 북돋도록 의도된 12,000행짜리 장엄한 군가라는 것입니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분노를."

 

이렇게 시작하는 <일리아드>의 첫 짧은 문장을 읽는 순간, 사람들은 격정에 휩싸인 채 멋진 찬가에 합류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작 몇 단어로, <일리아드>는 우리의 뇌하수체를 속여서 옥시토신(유대감)을 혈류에 내보내게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일리아드>는 찬가보다도 더 훨씬 큰 일을 해낸다고 플레처는 말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노래를 부르지 않고 그냥 혼자 조용히 읽을 때조차도 옥시토신 분출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창의적인 효과인데, 마치 한 군인이 외로운 참호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용기를 찾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는 <일리아드>의 무시무시한 전쟁 묘사를 읽을 때 뇌에서 아드레날린과 오피오이드라는 위협-도피 호르몬이 분비되고, 옥시토신 분비로 말미암은 신과의 유대는 강한 불굴의 용기, 전능한 마음(Almighty Heart)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나가며 : 용기는 만들어낼 수 있는가?

용기는 만들어낼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오늘의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살펴본 내용을 볼 때 과연 용기는 타고나는 것일까요, 만들 수도 있는 것일까요? 용기가 타고나는 것이라면 굳이 찬가를 부르고, 군가를 부를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전쟁에 앞서 찬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고, 출정식을 치르고, 군가를 부르는 것은 용기는 신경과학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두려움에 휩싸일 때, 그 두려움에 맞서 싸울 용기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찬가와 군가와 같은 것을 부르면 되겠지요. 우리의 마음에 불굴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신께 기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전능한 신이 나와 함께 한다는 느낌만큼 강력한 유대감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비슷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갖는 것 또한 유대감을 얻을 수 있고, 함께 그 고통을 이겨내자고 함께 격려함으로써 용기를 서로 북돋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상담가를 찾아 상담을 하는 것 역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상담자는 기본적으로 나의 어려운 사정에 공감해 주고, 나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두려움은 극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두려움에 맞서 이길 수 있는 불굴의 용기, 즉 전능한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순간순간 증진시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용기를 내려면 용기의 뚜껑을 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앵거스 플레처,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제1장. "용기를 붇돋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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