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빅토르 위고의 생일을 맞아 그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의 핵심 줄거리와 그 작품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레 미제라블>의 핵심 줄거리
주인공 장 발장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이나 감옥살이를 한다. 또 다른 등장인물 팡틴은 딸 코제트를 위해 돈을 구하려고 거리의 여자가 되고, 코제트는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갖은 학대를 받으며 자라난다. 참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이다. 과연 이들은 이런 비참한 삶을 어떻게 버티어 냈을까? 그들을 버티게 한 어떤 희망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가족을 지키고 싶은 장 발장의 희망
장 발장은 아주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누나와 함께 살았다. 이미 어른이었던 누나는 결혼을 해서 아이들이 있었다. 장 발장이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때, 누나는 남편을 잃는다. 그런데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무려 일곱 명이었다. 이때 장 발장은 이제 자신이 누나와 조카들을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전지작업이나 농작물 수확, 소 키우는 일, 막노동 등을 닥치는 대로 했다.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일하느라 매우 지치고 힘들었다. 그래도 누나와 조카들이 행복해진다면 자신도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으로 참고 견디었다.
그런데 겨울이 오자 희망의 빛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일거리가 떨어져 끼니를 해결하는 일조차 어려워졌다. 장 발장은 조카들이 굶는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 그래서 빵을 훔치다가 붙잡혀 감옥에 갇힌 뒤 무려 19년 동안 이름도 없이 24601호로 살아야 했다. 그래도 그는 버텼다.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말이다.
기회를 주면 새롭게 시작하겠지라는 주교의 희망
장 발장은 19년 뒤 세상에 나왔지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그가 가지고 있었던 황색 통행증 때문이다. 전과자를 뜻하는 이 통행증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장 발장을 외면했다. 돈을 주고도 잠자리는커녕 음식조차 구할 수 없었다. 누나와 조카들이 살던 곳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하는데 말이다. 지친 그는 결국 광장의 차가운 돌 위에서 자려고 한다.
그때 누군가 주교의 집을 가리키며 한번 가보라고 한다. 장 발장은 혹시나 하는 작은 기대에 문을 두드린다. 그 집주인은 미리엘 주교였다. 그는 장 발장을 반갑게 맞아 주며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침대를 내어 주었다. 그런데 장 발장은 그 집에서 은그릇을 훔쳐서 도망을 간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장 발장은 바로 경찰에 붙잡히고 만다. 그런데 미리엘 주교는 장발장을 감옥으로 보내는 대신 은그릇과 함께 은촛대도 내어주며 그건 왜 가져가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미리엘 주교는 장 발장에게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러면 그도 변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거짓된 삶에는 희망이 없다
장 발장은 다른 도시로 가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사업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는 결코 지워 버릴 수 없는 암울한 과거와 또다시 얽히게 된다. 주교의 집에서 나온 뒤, 장 발장은 실수로 어린 소년의 금화를 빼앗은 일이 있었다. 그 일을 자베르 형사가 알게 된다. 게다가 그는 감옥에 있던 장 발장을 본 적이 있어서 계속 눈여겨보고 있었던 터이다. 그러다 결국 장 발장을 신고했다. 그런데 세상에! 다른 곳에서 이미 장 발장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장 발장은 선택을 해야 했다. 이대로 모른 척하고 새로운 삶을 살까? 아니면 신분을 밝혀 자기 대신 억울하게 잡힌 사람을 풀어 줄까? 고민하던 장 발장은 법정에서 자신이 진짜 장 발장이라고 신분을 밝힌다. 왜 그랬을까? 거짓된 삶에는 결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부모의 희망
한편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처럼 느껴지는 『레 미제라블』에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이야기가 등장하며 재미를 더해준다.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코제트의 보호자인 장 발장이 도망자 신세였던 탓에 헤어지게 된다. 그러다 몇 년 뒤 운명처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장 발장의 도움으로 결혼까지 하게 된다.
잠시 이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 정확히 말하면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과 마리우스의 아버지 퐁메르시 씨의 이야기다. 팡틴은 어린 코제트를 데리고 길을 지나다가 어느 여인숙 앞에서 두 아이를 돌보는 있는 어머니를 보고 이곳에서 코제트가 지내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코제트를 여인숙 부부에게 맡긴다. 하지만 그것은 팡틴의 오산이었다. 여인숙 주인인 테나르디에 부부는 아주 고약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팡틴이 코제트를 맡기자마자 온갖 거짓말로 돈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팡틴은 코제트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내줬다. 공장을 그만둔 뒤에는 돈을 벌기 어려워지자 아름다운 금발 머리카락을 잘라 팔고, 앞니를 두 개나 뽑아 팔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거리의 여자가 되어 몸까지 팔게 된다. 딸 코제트가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퐁메르시 씨는 어땠을까? 마리우스의 아버지 퐁메르시 씨는 마리우스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마리우스도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데 사실 퐁메르시 씨는 늘 마리우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리우스가 오는 미사 시간에 맞추어 성당에 찾아가 몰래 기둥 뒤에 숨어 있곤 했다. 마리우스는 아버지가 지켜보는 줄을 몰랐지만, 퐁메르시 씨는 아들이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렇게 10년 넘게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는 왜 그랬을까? 마리우스의 외할아버지가 두 사람이 만나면 마리우스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팡틴과 퐁메르시 씨는 결국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게 느껴진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희망대로 코제트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마리우스는 근사한 청년으로 자라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의 존재에 대한 코제트의 희망
한편 여인숙 주인 테나르디에 부부는 코제트의 양육비를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그 사실을 비밀로 했다. 마을 사람들은 코제트를 돌보는 부부를 착하다고 여겼다. 코제트가 자라면서 점점 고생이 심해졌다. 어렸을 때는 그 집 아이들의 놀림감이었다. 그러다 채 다섯 살이 되기 전 그 집의 하녀가 된다. 그러다 보니 예쁘고 생생했던 아이가 비쩍 마르고 파리해졌다.
마을 사람들은 코제트를 종달새라고 불렀다. 종달새처럼 체구도 작은 데다 늘 두려움과 추위에 떨고 있었다. 다만 노래는 할 수 없는 불쌍한 종달새였다. 아무 희망이 없는데,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코제트는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랑 헤어져서 엄마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이런 코제트에게 희망이 생긴 건 장 발장을 만나고부터다. 장 발장은 코제트를 만나기 위해 죄수 신분으로 일하고 있던 배에서 사고로 죽은 것처럼 꾸며 몰래 빠져나온다. 장 발장은 몇 년 전 팡틴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죽어 가는 팡틴에게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그녀의 딸 코제트를 꼭 찾아서 돌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가족이 없는 장 발장은 모든 사랑을 코제트에게 쏟아부었다. 오랫동안 누나와 조카들을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코제트가 그의 전부였다. 장 발장의 사랑에 코제트의 꽁꽁 언 마음도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새 삶에 대해 희망을 품게 된다. 그리고 몇 년 뒤, 마리우스라는 청년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마리우스의 희망
마리우스가 처음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리고 아버지와 자신을 떼어 놓은 외할아버지를 미워하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마리우스가 아버지를 만날 수 없었던 건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정치적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걸어온 삶을 좇다 보니 마리우스는 자연스레 시민 혁명을 꾀하는 무리에 끼게 되었다. 그들과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새로운 프랑스를 꿈꾸게 되었다. 물론 코제트를 만난 후 그의 희망은 조금 바뀌지만,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프랑스에서 코제트와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했다.
한편, 장 발장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안 자베르 형사는 끝까지 그를 쫓는다. 장 발장은 더 이상 쫓겨 다니지 않기 위해 프랑스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코제트는 전혀 행복해 보이질 않았다. 코제트에게는 마리우스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 어찌 행복할 수 있겠는가?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
장 발장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행복해지려면 코제트가 행복해져야 하고, 코제트가 행복해지려면 마리우스와의 사랑이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지금 마리우스는 새로운 프랑스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결국 장 발장은 마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총격전이 벌어지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부상을 당한 마리우스를 무사히 데리고 나온다. 자칫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장 발장은 마리우스뿐만 아니라 자신을 평생 쫓아다니던 자베르 형사까지 위험에서 구해 낸다.
빅토르 위고의 희망
몇 달 뒤, 부상에서 회복한 마리우스는 코제트와 결혼을 하게 된다. 장 발장은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며 눈을 감는다. 마지막 희망까지 이루고 말이다. 희망은 앞으로 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았다. 하지만 한순간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덕분에 장 발장은 눈을 감는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었다.
<레 미제라블>을 통해 품은 빅토르 위고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등장인물들이 품었던 희망들 모두일 것이다. 굶주림과 가난 때문에 더이상 도둑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신분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사랑, 자유와 평등이 넘치는 새로운 프랑스라는 희망들 말이다.

시대적 배경 : 프랑스 혁명
<레 미제라블>은 19세기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혁명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 혁명은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이탈리아 통일을 위한 엔딩어의 승리와 독일 통일을 위한 비스마르크의 출현을 야기했고,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다. 이러한 변화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프랑스혁명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랑스의 사회적인 불평등이었다. 예를 들어, 1789년 이전의 프랑스 사회는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주인들과 거둘 수 없는 일반 백성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주인들의 부와 권력을 계속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군대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주인들에게만 주어졌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불평을 거듭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혁명가들은 사회적인 평등과 정치적인 자유를 요구하였다. 이들은 귀족들과 주인들의 특권을 없애고,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프랑스혁명은 자유와 평등,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원리를 세계에 퍼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레 미제라블> 속에는 빅토르 위고는 이러한 희망이 담겨 있다.
당신의 희망은 무엇인가?
당신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그 희망을 위해 당신은 오늘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절망적인 상황이라면 희망을 품고 버티기라도 하시기 바랍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입니다.
<참고문헌>
세계문학사 작은 사전 /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 희망으로 읽는 레 미제라블(키워드로 쉽게 읽는 고전, 2012. 08. 10., 최유성,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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