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심지어 철학자들도 저마다 다른 얘기를 합니다. 오늘은 "잘 사는 법"에 대한 서로 보완적인 두 가지 제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제안 : 카르페 디엠(carpe diem)
잘 사는 법에 대한 첫 번째 제안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입니다. 이 말은 라틴어로서 "카르페"는 '잡다, 즐기다, 사용하다, 이용하다'는 뜻이며, "디엠"은 '날'을 의미합니다. 즉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날과 시간과 기회를 붙잡는 삶의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카르페 디엠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딩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외치면서 유명해진 말인데, 전통과 규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키딩 선생은 이 말을 통해 대학입시나 취직 등과 같이 미래라는 미명 하에 현재의 삶, 즉 학창 시절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확실하며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현재는 중요합니다.
마르쿠수 아우렐리우스, 에픽테토스 및 세네카와 같은 고대 철학자들도 하루하루를 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라고 했습니다. 이들의 조언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됩니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신 앞에서 결산을 앞둔 사람처럼 진지하게 하루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루 뿐인 인생을 최대한 즐길 줄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차선이 아닌 최선의 삶을, 하찮은 일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제안 :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
우리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생의 마지막 날처럼 잘 살아야 하지만,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적인 계획을 품어야 한다고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말합니다. 왜냐하면 매일 아침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즐겁게 하루를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몽테뉴는 "철학은 죽음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지만, 죽는다는 생각만큼 인생의 즐거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또 디오게네스는 "오직 현재만이 우리의 행복이다"라고 하였지만, 현재만 산다는 것은 철학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실존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삶은 현재라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현재만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어제의 시간을 살 수는 없지만 어제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내일이라는 시간을 지금 살 수는 없지만 내일의 희망을 품습니다. 과거의 기억과 내일의 희망은 오늘의 삶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므로 브뤼크네르가 말한 것처럼 단지 현재만을 살아가는 것은 실존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잘 사는 법"
그렇다면 파스칼 브뤼크네로가 말하는 "잘 사는 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철학자의 요지는 "유한의 지평에서 다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은 유한성 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유한성은 과거와는 달리 좀 더 늘어난 유한성입니다.
반 세기 전에 비해 우리는 20~30년 연장된 유한성 안에서 살아갑니다.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잘 사는 법, 특히 늙어서도 잘 사는 법에 대해 말하고자 하기에 유한성보다는 늘어난 20~30년의 삶을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늘어난 시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신적 각성이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대비가 없다면 늘어난 20~30년은 즐기기는커녕 버티기에도 버거운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기억하라고 합니다.
"쾌락의 조건 중 하나는 무한히 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순간은 돌아오고 확장되기를 원한다. '앙코르'를 원한다. 그것이 시간의 기약이고 모든 기약은 정상을 벗어난 면이 있다. 기약은 가능성을 뛰어넘어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미래를 내건다. 우리가 그 환상에 몰두할 수 있는 동안은 소망이 있다. 100세 노인도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내일을 말한다." - [아직 오지않은 날들을 위하여] 中
다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그는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이 앙코르 되어 계속해서 재생되는 삶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잘 산다는 것은 끝까지 갈마듦의 순리를 따라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갈마듦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 교대로 번갈아 들어오는 것을 말합니다. 잠들고 다시 깨어나는 것이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듯 과거의 행복한 순간이 잠들었다가 또다시 깨어나는 것, 그것을 그는 꿈꾸는 것이 아닐까요?
그는 과거의 행복을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에서 찾는 듯 보입니다. 다만 유치함이 아닌 아이다움을 찾습니다. 그는 그것을 "계시의 정신"이라 부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인간이 아이를 스승으로 삼는다면 형이상학적으로 얼마나 위대해질까"라고 했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생, 이제 막 피어나는 영혼, 이제 막 열리는 정신의 가르침이 우리에게도 실로 간절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유년에게 배운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순결한 눈, 놀라워하는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것을 되찾는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위대한 고전이나 영화, 음악을 처음으로 발견할 수 있고,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요? 아무도 다시 젊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탐구와 관찰의 정신을 유지한다면 의식을 풍요롭게 채울 수는 있다고 말합니다. 유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린애처럼 유치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청신함, 새로운 피를 공급받는 놀라운 계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화석처럼 굳어버린 삶에 맞서서 다시금 경탄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입니다. 지성과 감성을 조화시키고, 미지의 것을 받아들이고, 자명해 보이는 것에 경이로운 태도를 가지라고 합니다. 이런 태도가 이미 습득한 것에 안주하려는 태만을 이기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말리 밤바리족의 의식
말리의 만딩고 부족의 일파인 밤바리족에는 노인들이 다시 일곱 살이 되는 의식이 있다고 합니다. 나이는 하나의 표식일 뿐, 행복하게 나이를 먹는 비결은 자신의 나이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노년이 청춘에게 부러워하는 것은 단지 활력이나 아름다움, 패기, 인지적 유연성 뿐만이 아니라, 매일 아침 쌩쌩하게 새로 태어나는 삶의 자세라는 것을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강조합니다. 배우고 발견할 것도 많고, 한 번은 해봐야 하는 일이나 느껴봐야 하는 감정이 많은 청춘이 부러운 것입니다. 이 본능적 욕구를 끝까지 지키라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몇이건 늘 초심에서 다시 출발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삶의 "부흥"인 것입니다.
인생은 사다리
"생은 종종 사다리에 비유되는데, 이 사다리는 아무리 위로 올라가도 어느 벽에도 기대어 있지 않고 허공에 덩그러니 솟아 있다.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지면서도 페달 밟듯 다리를 계속 움직이는 만화 영화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태세로 계속 올라가야 한다." -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中
결론
결국 "잘 사는 법"은 삶에서 새로움이라는 요소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의 삶에서 다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어린아이의 시선이 필요합니다. 오늘 처음 태어난 것처럼, 오늘 바라보는 세상이 처음 바라보는 세상처럼, 신기의 눈과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지요. 늦둥이를 처음 키우는 아이처럼, 늙은 배우자를 처음 데이트할 때나 신혼 때의 배우자로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이 좀 더 달라지지 않을까요? 매일 똑같은 직장이라도 처음 출근하는 직장처럼 설렘과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다면 매일의 삶은 훨씬 더 가볍고 경쾌해지지 않을까요?
<출처 >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인플루엔셜, 2021)
[네이버 지식백과] 카르페 디엠 [carpe diem]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문학과 철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가 뭔가요? (2) | 2023.02.06 |
---|---|
불가지론자(agnostic)에게 영원이란? (0) | 2023.01.29 |
루틴의 위력 (2) | 2023.01.11 |
노화를 늦추는 방법 (1) | 2023.01.10 |
아름다운 '시니어'가 되는 비결 (0) | 2023.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