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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철학 이야기

루틴의 위력

by 박노찬 2023. 1. 11.

루틴이란? 

 

루틴의 사전적 의미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이라는 용어로 쓰이는 말입니다. 또 체육 분야에서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하여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를 말합니다. 또한 이 루틴에는 특별한 것과는 반대되는 틀에 박힌 일상의 지루함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습니다. 매일 또는 자주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들을 루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의 일상을 루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개 평범하면서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매일매일의 삶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가끔씩 경험하는 특별한 이벤트에 대해서는 루틴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루틴과 특별이벤트 중에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루틴한 일상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 말에 동의하십니까? 그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그 논리의 근거를 살펴보면 지겹게 느껴지는 우리의 일상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음악에 빗대어 우리의 일상을 표현했는데, 우리의 일상적 삶을 "통주저음(通奏低音)이라 하였습니다. 통주저음이 뭘까요? 통주저음이란 음악의 저음부에서 지속적으로 쉬지 않고 베이스 반주를 곁들여 주는 주법으로서 '지속저음', '계속저음', '숫자저음'이라고도 한답니다. 바로크 시대의 거의 대부분의 기악곡 및 성악곡들이 이 주법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통주저음이 우리의 일상적 삶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가슴 떨리는 아리아가 연주되는 것이죠. 결국 지루하게 반복적인 통주저음과 같은 일상 때문에 아리아와 같은 특별 사건이 돋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삶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루틴인 것입니다. 

 

습관의 힘을 아시죠? 반복적인 루틴의 결과로 형성된 것이 바로 습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브뤼크네르는 습관을 "우리를 구조화하는 집"이요, "제2의 천성이 된 기질"로서 신념보다 뿌리 뽑기 힘든 것이라 하였습니다. 우리는 습관의 피조물이고, 습관에 의해 우리는 생존의 기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규칙성이 없고 창의성만 있다면 지루하진 않겠지만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잠과 깨어남이라는 루틴의 의미

 

"잠"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해 보신적 있으신가요? 우리는 잠을 통해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납니다. 잠은 일상의 죽음 내지 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깨어남은 죽음에서 벗어나는 작은 부활 내지 소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잠들면 아침에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눈부신 새벽을 맞이하려면 잠이라는 어둠이 필요합니다. 매일의 일상적인 잠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어제의 나를 벗고 새로운 나를 만드는 것입니다. 

잠과 깨어남

 

시곗바늘의 위력

 

혹시 시곗바늘의 위력을 생각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시곗바늘은 톱니바퀴에 의해 끊임없이 제자리를 맴돕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시계의 초침은 한 바퀴를 돌 때마다 1분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저 제자리를 맴돌 뿐이지만, 초침은 한 바뀌마다 1분을 만들어내고 시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시계추나 시곗바늘은 의미 없는 반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되풀이(반복)를 하는 것입니다. 

 

시곗바늘의 위력

 

루틴 : 힘든 인생을 버티는 최소한의 조건

 

인생의 시련기를 버티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로또와 같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최소한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분명히 알 것이 있습니다. 

 

왜 운동선수나 예술가가 반복 훈련을 하는지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시점이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반복학습을 강조합니다. 왜일까요? 처음에는 잘 모르는 것도 반복학습을 하다 보면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왜 고전이나 경전을 반복해서 읽을까요? 똑같은 내용의 책을 다시 읽을 뿐인데 깨닫는 바가 다르기 때문 아닐까요? 동일한 것을 되풀이하지만 반복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루틴의 위력이고 위대함입니다. 

 

루틴 : 데자뷔의 가면을 쓴 새로움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이러한 반복을 "데자뷔의 가면을 쓴 새로움"이라 하였습니다. '데자뷔'란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반복이라는 것은 과거에 했던 일을 다시 하는 것이기에 똑같은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반복이라는 것은 과거의 행위와 동일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것입니다. 

 

재혼은 똑같은 사람과 헤어졌다가 다시 결혼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재혼은 과거의 결혼생활과 동일한 것일까요? 동일한 것이라면 또다시 이혼하고 말 것입니다. 재혼은 전혀 새로운 결혼인 것입니다. 다시 헤어질 것을 예상하고 재혼하지는 않으니까요. 친구와의 재회는 어떠합니까? 동일한 만남이라면 굳이 만날 필요가 있을까요? 오늘의 만남은 뭔가 새로울 것이라는 기대로 만나는 게 아닐까요? 

 

반복에 지친 그대에게 

 

반복에 지친 그대에게 철학자의 다음 말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등반가는 진이 다 빠졌는데도 조금 더 기운을 내고, 낙담한 연구자나 학생은 끝까지 노력을 기울이고, 투사는 불의에 맞서 싸우고, 기업인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반복은 끔찍이도 지루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배우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같은 자리를 계속 파고 들어가야만 위대한 발견이 나올 수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中

 

매일매일 새로운 날을 기대하며

 

우리는 사실 거의 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똑같은 가족들과 거의 매일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사람들과 동일한 직장에서 동일한 일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어제를 사는 것이 아니며 또 다른 오늘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이라는 또 다른 날 속에서 또 다른(거의 변화가 안 보이지만) 사람들과 또 다른 일을 하며 사는 것입니다. 어제 하루 실패했다고 오늘 또 실패하리란 법은 없습니다. 오늘은 오늘의 새로운 일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똑같은 날을 반복적으로 살아가지만 그 반복이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하고, 내일 오늘과 비슷한 반복이 내일의 새로운 나를 있게 할 것입니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계속해서 이 일을 해야만 하나? 무언가 새로운 일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다잡게 됩니다. '그래 조금 더 인내하자. 그래도 지금의 일이 나를 지탱해 주는 일이잖아. 고진감래의 맛을 느낄 날이 있을 거야!'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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