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의 모멘텀을 갖고 있나요?
요즘 세상을 보면 참으로 우울한 일들로 가득합니다. 코로나에 이어 고도의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우리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디에서 행복을 찾고 계신가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일이 당신에겐 존재합니까?
디깅(digging)이란?
요즘 "디깅(digging)"을 통해 자신만의 특별한 행복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깅'이 뭘까요? 디깅(digging)이란 '파다'라는 뜻의 영어단어 'dig'에서 파생한 단어로 '파기', '채굴'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디깅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곳은 대중음악인데, 새로운 음악의 장르를 찾아내고 유행하는 음악의 동향을 분석하는 행동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이후 음악 외의 분야에서도 디깅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2-3년 사이에 이러한 소비 경향이 하나의 트렌드로 불릴 만큼 커졌고, 마침내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디깅 모멘텀"이라는 키워드로 명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왜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이라 하는가?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디깅'이라는 말에 왜 "모멘텀"이라는 단어를 붙였을까요? "모멘텀"이라는 용어는 본래 물리학 용어인데, 최근에는 특정한 사건이나 주가의 흐름이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계기 또는 전환점이라는 정치, 경제학적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 착안해서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디깅 행위가 단지 취미 생활에 탐닉하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효능감, 나아가 행복을 찾는 계기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디깅이라는 말에 모멘텀을 붙여 디깅이 단지 취미를 뛰어넘어 자신의 정체성과 행복을 찾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암울한 시기에 당신은 어디에서 행복을 찾고 계십니까? 당신도 특별히 좋아하고 애정을 쏟는 분야가 있습니까? 그 일을 하면 행복감을 느껴서 과몰입할 정도록 심취해서 깊이 파고드는 영역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당신도 '디깅러'라 할 수 있습니다.
디깅의 대상
디깅러들의 몰입 대상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과거부터 있어온 일본의 '오타쿠'(덕후)나 미국의 '너드', <트렌드 코리아 2020>의 키워드 중 하나였던 '팬슈머'보다 훨씬 그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오타쿠는 주로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너드는 공부나 과학지식 탐구에, 팬슈머는 주로 연예인, 정치인, 브랜드, 제품 등에 팬덤을 형성하였다면, 디깅러는 여기에 더해 드라마, 영화, 만화, 소설 등과 같은 미디어 콘텐츠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디깅의 3가지 유형
1. 컨셉형 디깅
이는 몰입하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컨셉에 집중하는 경우입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컨셉을 자신의 일상에 적용하거나 콘텐츠를 즐기는 기준으로 활용합니다. 컨셉형 디깅은 공부법 분야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데, 요즘 학생들 사이에 '과몰입 공부법'이 인기라고 합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나 미국 하이틴 영화의 퀸카 여고생 등을 싱크로율 100%에 이르기까지 따라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공부 잘하는 것을 컨셉으로 삼아 디깅 하다가 대학원까지 진학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하나의 컨셉을 정하고 그에 몰두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SNS 계정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틱톡의 컨셉놀이도 인기입니다.(예로, #POV) 호주의 '카렌스다이너'라는 식당은 특이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무례한 곳'이라는 컨셉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컨셉에 매료되는가 봅니다.
2. 관계형 디깅
관계형 디깅은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소통하며 특정 대상에 함께 몰입하는 유형입니다. 이들은 주로 가수나 아이돌, 배우, 캐릭터 등과 같은 '덕주'(덕후의 주인)에 '덕질'(팬질)을 합니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덕후'임을 스스로 밝히는 것을 '덕밍아웃'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취향이 같은 수많은 덕후를 친구로 얻게 됩니다. 이들은 단지 혼자 덕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덕후들끼리 상호소통하며 공감대를 키워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형 디깅'이라 부릅니다.
이들이 '덕친'(함께 덕질하는 친구)이 되기까지는 일정한 과정을 거치는데, 먼저 과거 덕질의 과정(덕질 연대기)을 정리해 공유하거나, '탈덕'(덕질을 그만둠)이나 '입덕'(덕질을 시작함)의 계기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갑니다. 심지어 성격 판별 플랫폼 푸망은 디깅 성향을 판별해 주는 '덕질 유형 테스트' 서비스까지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취향의 덕후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덕친을 맺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덕후투어'를 즐기기도 합니다. 덕주가 다녀간 음식점이나 카페를 방문하거나 덕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온종일 '최애'에 대한 칭찬 릴레이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3. 수집형 디깅
수집형 디깅은 특정 아이템을 수집하는 유형입니다. 가장 주목받는 수집 대상은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특정 물건을 수집할까요? 심리학자 샘 고슬랑은 인간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취향이 담긴 물건을 두게 된다고 하였답니다. 실제로 귀여움이 주는 즐거움의 정도는 음식이 주는 쾌감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먹지 않아도 든든한 기분이 든다는 것입니다.
'띵고', '콜리'와 같은 캐릭터 상품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플랫폼도 생겼다고 합니다. 또한 수집형 디깅러들은 단지 수집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자랑질'을 하며, '자랑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또한 수집의 대상은 물건만이 아니라, 경험에까지 이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같은 뮤지컬 작품을 한 해 동안 86회나 본 사람이 있고, '방탈출' 게임 후기를 무려 300회 이상 인증한 프로 방탈출러들도 있다고 합니다.
디깅은 왜 트렌드가 되었을까?
디깅에 대한 관심은 어느 세대가 높을까요? 당연히 4050세대보다는 2030세대가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2030세대, 즉 MZ세대들의 특성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게임을 일상으로 즐기며 디지털 기기와 함께 자라난 세대입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가상 세계는 또 하나의 현실 세계로 받아들여집니다. 특히 이들은 어벤저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과 같은 SF판타지물에 열광합니다. 이들에게 있어 판타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세계관을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에게 몰입은 중요한 이슈이며, 이들에게 과몰입은 익숙한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4050세대의 디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떤 것에 새로운 열정을 갖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몰입의 욕구는 어느 세대에나 존재하며, 특히 암울한 시대에서 무엇인가로부터 행복과 위안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세대를 뛰어넘는 욕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디깅은 세대를 아우르는 트렌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것, 그게 바로 행복
왜 우리는 몰입을 갈망할까요? 그것은 행복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 아닐까요?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인간의 행복은 마음속에 관심 있는 대상이 존재하는 상태"이며, "그 대상을 향해 스프링처럼 튀어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가 가장 행복한 상태"라고 하였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기분을 단번에 행복으로 바꿔줄 수 있는 마음속의 '관심 버튼'이 있다면 보다 현명하게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 중 잠시만이라도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여 행복을 충전할 수 있다면, 일상의 스트레스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심리적 근성이 생길 것입니다.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자체가 바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당신은 무엇에 몰입하고 있습니까?
그러나, 중독은 경계하자!
몰입은 우리에게 행복감을 줍니다. 그러나 과도한 중독은 일시적 쾌감만을 줄 뿐입니다. 쾌락은 생리적 포만감을 위한 것이라면, 몰입은 심리적 성장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디깅이 일시적 쾌감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아의 성장을 위한 것인지를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디깅이 현실도피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일상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디깅을 통해 심리적 행복과 자아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면 디깅은 행복한 인생을 위한 진정한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결론: 자신만의 디깅을 찾아서
현실이 참으로 팍팍합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무언인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행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주제는 각자마다 다양할 것입니다. 신앙이 될 수도 있고, 학문 분야가 될 수도 있고, 경제나 스포츠, 취미, 여행, 재테크, 영화나 드라마 등 그 어떤 것이든 평범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끌리는 그 무언가가 있다면 오늘부터 그것을 열심히 파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가 놀라운 금덩이이라도 채굴하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아니 금덩이는 발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파본만큼 자신의 경험이 될 것이고, 그것이 자신을 성장시켜줄 촉매제나 모멘텀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무언가에 몰입하는 그 자체에서 행복을 얻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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