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관계"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인덱스(index)'는 색인이나 목록이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인덱스 관계"는 타인과의 관계를 색인이나 목록을 붙여 관리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인간관계에 색인을 붙여야 될 상황이라면 그만큼 다양한 인간관계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색인을 붙여 관리해야 될 만큼 인간관계가 참으로 복잡해진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타인에게 있어 나에게는 어떤 인덱스가 붙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인덱스 관계"란 말은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명명한 것으로 타인과의 관계에 색인을 붙여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현대인의 관계 맺기 방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인덱스 관계의 3 단계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이러한 인덱스 관계를 3가지 단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만들기, 분류하기, 관리하기입니다.
1. 인덱스 관계 만들기
과거의 인간 관계는 주로 학연이나 직장, 동아리 등을 통해 우연히 이루어졌다면, 현대인들의 인간관계는 더 이상 우연한 만남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관계 맺기에도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연한 만남에 추가해 노력을 통해 관계의 풀을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1) 목적 관계
인덱스 관계 만들기의 첫번째 유형은 '목적 관계'입니다. 목적 관계는 무엇을 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 스타트업 창업이 인기인데, 창업을 목적으로 만나 인간관계가 확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목적으로 만나 아는 사이가 되는 것입니다.
또 연애를 목적으로 '캠퍼스 픽'(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에타에서 만든 앱)이나 '블라인드'(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셀소'(셀프 소개팅)를 올린다든지, 결혼 정보 업체 '듀오'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경우 등도 목적 관계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분야라 할 것입니다.
또 취미 분야 에서도 목적 관계가 두드러집니다. 등산이나 스노클링, 전시, 공연 등의 관심 주제별로 사람들을 만납니다. 목적이 관계보다 우선합니다.
(2) 랜덤 관계
인덱스 관계 만들기의 두번째 유형은 '랜덤 관계'입니다. 랜덤 관계란 낯선 타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관계를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우연한 만남을 의도적으로 만들다니 참 재미있는 관계입니다. 이 랜덤 관계는 만남의 순간을 즐기는 데 초점이 있는 관계 맺기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인과의 만남을 오래 유지하기보다는 당장 필요한 것을 얻은 다음에는 바로 해체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메글(Omegle)'과 같은 일대일 랜덤 채팅 플랫폼이라든지, '유튜브 반모(반말모드)'와 같이 익명의 사람들과 다수 대 다수로 대화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도 랜덤 관계 만들기의 방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역시 익명의 타인과 소통하는 오픈 채팅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과 필요이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요즘 세대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2. 관계 분류하기
관계 만들기를 하였다면 중요도에 따라 인덱스를 붙이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오프 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관계를 친한 사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친하다는 의미를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실시한 Z세대 관계분석 워크숍에 따르면, Z세대는 1년에 한 두번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관계보다 줌이나 SNS에서 자주 소통하는 관계를 더 친한 관계로 분류습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더 이상 오프라인 만남이 온라인 만남에 우선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대면 관계는 다양한 관계 맺기의 방법 중에서 하나에 해당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Z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인들은 다양한 관계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SNS를 사용하면서 각기 맺고 있는 관계의 친밀도도 다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SNS마다 다른 색인을 붙여 다른 역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10대들은 조별 과제 토론이나 친구와의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는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DM(direct message)으로 나눈다고 합니다.
이렇게 SNS별로 다른 색인을 붙이기도 하지만, 같은 SNS 안에서도 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다른 색인을 붙이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관계라면 차단 인덱스를 붙일 수 있고, 카카오톡 상태 표시글에 '답장 느릴 수 있음'이라고 적어놓고 메시지를 일부러 읽지 않은채 거리 두기를 하기도 합니다. 또 인스타그램의 '친한 친구'는 팔로워 중 내가 미리 설정한 사람만 스토리 내용을 볼 수 있도록 지정하는 기능입니다.
3. 관계 유지하기
관계 유지하기는 분류된 관계에 붙인 인덱스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전략적으로 관계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는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 스펙트럼' 속에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관계 관리의 첫 단계는 '관계 정리'입니다. 불필요한 관계를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정리하고 남은 관계는 잘 유지하는 전략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적당히 친한 관계의 상대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정도로만 거리를 두며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친한 친구들끼리는 메모장, 일정표와 같은 사소하고 사적인 것까지 공유하며 관계를 돈독히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방문한 맛집 리스트를 정리한 메모장을 친구와 공유하는 것입니다. 서로 별다른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도 아니지만, 공통 관심 목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친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투두메이트(Todomate)와 같은 일정 관리 앱을 공유함으로써 친밀감을 높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손 필기 앱 굿노트(GooeNote)를 통해 일기장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또한 친밀한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가장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선물하기'입니다. 평소에 자주 연락을 주고 받지 않더라고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 기프티콘을 보낸다면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강력한 표현일 것입니다. 또 선물은 주고받는 것이 예의겠지요.
인덱스 관계의 등장 배경
오늘 살펴본 "인덱스 관계"가 우리 사회에서 점차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소통 도구의 발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화와 문자 소통 시대는 가고 이제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왔습니다. 다양한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시대가 다가 오면서 관리해야 할 관계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소통의 매체가 진화하면서 관계 맺기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라고 평하였습니다. 매체의 변화가 인간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오프라인에서의 직접 대면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SNS가 새로운 관계맺기의 통로 역할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더 이상 현대인들은 기존의 친구들과 서로 같은 생애주기를 살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같은 30대라도 결혼해 자녀들 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미혼으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공통 관심사가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공통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얻는 것이 더 쉬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현대인의 삶에 있어서 '자기중심성'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입니다. 인덱스 관계의 핵심 축인 SNS는 기본적으로 관계 관리 측면에서 자기 중심성이 강한 매체입니다. 언제든지 누군가를 팔로잉할 수도 있고,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정보 공개 수준도 자신이 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화(동기 커뮤니케이션)와는 달리 대화의 시점도 자신이 정할 수 있습니다. 답장이나 댓글(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등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행복한 관계 맺기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얕고 넓은 관계 맺기가 행복할까요? 신뢰도가 높은 소수와 관계 맺는 것이 행복할까요? 하버드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가 2015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자가 더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습니다. 또 사회학자 로빈 던바는 "아무리 활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관계는 최대 150명(던바의 수)을 넘지 못한다"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두 견해는 모두 오프라인을 전제로 한 연구 결과라 생각됩니다. 이제는 SNS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와 수많은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비대면 상황에서 SNS를 통해 맺은 인덱스 관계 역시 현대인들의 행복에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관계 맺기 방식은 계속해서 유효한 혜택을 사람들에게 가져다줄 것이라 봅니다.
물론 악성 댓글과 같은 피해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익명성을 기본으로 한 무차별적인 인터넷 폭력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덱스 관계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잘 발전시켜 나가야 될 현대 문명이자 소통 도구입니다.
또한 현대인의 '자기중심성'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표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자기 중심성'은 소통에 대한 선택권이 개인 각자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되, 상대에게 무엇을 강요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답장이나 답장의 시기에 대한 선택은 오롯이 상대에게 있으며, 그것을 존중하는 태도가 있어야 됩니다.
또한 행복한 인덱스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체를 운영하는 업체와 관리 당국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안과 안전 장치를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인덱스 관계 속에서 관계의 폭도 넓혀 가시고, 다양한 행복한 관계들을 맺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이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간력을 키우는 2023년이 되세요! (0) | 2022.12.28 |
---|---|
디깅(Digging) - 자신만의 특별한 행복 모멘텀(Momentum) (0) | 2022.12.26 |
불황기의 똑똑한 소비 전략, 체리슈머 (0) | 2022.12.12 |
오피스 빅뱅 시대, 당신이 꿈꾸는 직장은? (0) | 2022.12.08 |
평균실종사회에서의 생존 전략 (6) | 2022.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