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 또는 직장과 관련된 많은 영역에 있어서 큰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변화의 정도는 가히 빅뱅이라 할 만큼 폭발적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오피스 빅뱅(Office Big Bang)"이라 표현하였습니다. 빅뱅의 사전적 의미는 "우주의 탄생을 가져온 거대한 폭발" 내지는 "큰 변화가 갑작스럽게 퍼지거나 일어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요즘 노동시장에 이런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피스 빅뱅의 트리거
트리거는 방아쇠, 계기, 도화선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오피스 빅뱅을 촉발시킨 도화선은 과연 무엇일까요? 앤서니 클로츠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노동자들의 대규모 이탈을 예견하면서 '대사직 시대'라는 표현을 했는데, 코로나 19가 일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가 확산하게 되었는데, 재택근무에 적응이 되면서 이전까지 당연히 여겼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오피스 빅뱅의 촉발점은 단연 코로나 19 팬데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조직보다 자신의 성장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의 가치관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경제 위기 앞에서는 조직이 개인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세대로서 회사에 대한 충성과 희생 대신 스스로 갈고닦은 경쟁력이 자신의 미래를 지탱해줄 것으로 생각하는 세대입니다.

퇴직 열풍
오피스 빅뱅 중 가장 눈여겨볼 현상은 "퇴직 열풍"입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근무 연수가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2021년도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에 다니는 10명 중 3명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이직이나 퇴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된 듯합니다. 예전에는 이직이나 퇴직하는 사람들을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바라봤지만, 요즘에는 이직을 못하면 능력 없는 사람으로 비치며, 또한 이직은 커리어 개발 과정의 일부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심지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공무원이나 공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자발적 퇴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 저 연차의 공무원 퇴직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공무원이라는 꿈의 직장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일까요?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들의 퇴직 사유는 공직 사회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퇴준생'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취준생'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퇴준생'이라는 말은 생소할 수 있습니다. '퇴준생'은 퇴직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는 뜻인데, 요즘 퇴준생을 겨냥한 구인 구직 플랫폼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직장인 커리어 플랫폼인 리멤버의 '리멤버 커리어'와 잡플래닛의 스카우팅 서비스가 있습니다.
급여보다 복지
당신은 직장을 선택할 때 급여와 복지 중에서 무엇을 중요시합니까? 2022년 2월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들의 직장 선택 기준으로 연봉이 25.7%, 사내 복지 및 복리후생이 19.6%, 회사의 비전 및 성장 가능성이 17.8%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여전히 연봉이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연봉 인상이라든가 높은 성과급으로 인재를 붙잡아 두려고 합니다. 그러나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돈만으로는 강력한 유인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건국대 경영학과의 권기욱 교수는 "MZ세대에게 급여는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맞춤형 복지입니다. MZ세대에게 급여는 일한 만큼 당연히 받는 것이고, 여기에 더해 회사가 직원들을 세심히 살펴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복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젊은 직원일수록 디테일한 복지 혜택을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사만의 차별화된 복지 서비스를 위해 나름대로의 '핀셋 복지'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BGF리테일은 '문화다방'이라는 비대면 원데이 프로그램을 열어, 와인 테이스팅, 가죽 공예, 북콘서트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에서는 학자금 대출 상환을 지원하고, 펄어비스는 홀로 사는 직원을 위해 가사 청소와 반려동물 보험을 지원합니다. 시몬스 서울사무소는 매주 금요일 오전 4시간만 근무하는 '하프데이'를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복지 확충보다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입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이기 위해 사무 공간을 집처럼 리노베이션(레지머셜=레지던스+커머셜)하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적의 업무 환경을 지원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원들은 재택근무와 오피스 근무를 유연히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전면 재택근무와 주 3회 출근 중 개별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 방식을 선택하는 '하이브리드 워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 프리랜서 시대
이직이 아니라 아예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조직의 굴레와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프리랜서가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 역시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이 깊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 노동자, 긱 워커, 노마드 워커의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긱 워커(gig worker)는 산업 현장의 필요에 따라 단기(몇 시간 또는 며칠)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를 말하며, 노마드 워커(nomade worker)는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을 말합니다.
긱 노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회성 노동인 배달과 같은 일부 직종에 그치지 않습니다. 마케팅, 디자인, 개발, 설계와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긱 노동의 핵심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관련 플랫폼에는 윈티드긱스, 위시켓, 탤런트뱅크, 크몽, 숨고 등이 있습니다.
한편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수행하고 업계의 명성을 얻어 고액의 일감을 받는 '슈퍼 프리랜서'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들의 연간 소득은 2022년 7월 기준 1억 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기업들도 인재를 고용이 아닌 임대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으며, 고급 개발과 같은 핵심 업무조차도 아웃 소싱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들에 주어진 과제
첫째, 조직 내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업무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단순히 돈으로 이직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조직의 가치를 전달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셋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입니다. 어떠한 지침이든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직원들과의 소통의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넷째, 이러한 조직 문화와 철학의 변화는 반드시 핵심성과지표(KPI :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개편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KPI가 정량적 지표라는 데 있습니다.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OKR(목표 및 핵심결과지표 : Objective Key Result)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조직 차원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추적할 수 있게 지원하는 목표 설정 프레임웍입니다. 어쨌든 오피스 빅뱅 시대에 맞는 성과 측정 지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과제
오피스 빅뱅에 따른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원격근무가 법제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전히 근무장소는 '사업장'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도권에 속하지 못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 마련도 시급합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오피스 빅뱅은 어디까지나 사무직 중심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업무는 일부 산업이나 직무에 한정된 그들만의 리그에 속한 얘기일 수 있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은 이 오피스 빅뱅의 주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오피스 빅뱅이 전체 노동시장의 변화를 대변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입니다.
오피스 빅뱅 시대 구성원들의 자세는?
구글의 생산성 총괄 담당 로라 메이 마틴은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필요한 시대라고 하였습니다.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커리어 액셀레이터인 김나이는 "직장에서 최대한 가늘고 길게 버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마주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시도하고, 업으로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라"고 조언합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도 중요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용기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피스 빅뱅이 주는 시사점
오피스 빅뱅 현상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합니다. 어떤 이는 아예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저는 그들의 용기가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생계 때문에 즐겁지 않은 직장 생활을 인내하며 버티고 있는 내 자신이 비참하게도 느껴집니다. 물론 지금의 인내가 수년 뒤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란 희망을 안고 있지만 말입니다.
오피스 빅뱅을 보면서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시킬 수 있는 업무 형태나 일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직이나 퇴사, 프리랜서, 노마드 등의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어쨌든 그들은 변화를 시도하고 계속해서 자신을 발견하고 업그레이드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면 옷을 과감히 벗어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옷에 몸을 맞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옷이 때론 명품일 수도 있지만, 때론 중저가 브랜드일 수도 있고, 때론 구제 옷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행복하고, 어떻게 일하는 것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선망하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입사가 꿈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비전을 어떻게 실현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체면이나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이 더 중요하고, 돈을 많이 주는 회사보다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일터가 진정 행복한 직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고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내시는 분이 있다면 힘찬 박수로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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