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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야기

평균실종사회에서의 생존 전략

by 박노찬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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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코리아 트렌드 2023]에서 2023년 대한민국의 대표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제시하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는 평균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평균값이 무의미해진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평균 실종의 의미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평균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김난도 교수는 평균이 기준성을 상실하는 3가지 경우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양극화, N극화, 단극화로 표현하였습니다. '양극화'는 양극단으로 몰리는 경우이고, 'N극화'는 개별 값이 산재하는 경우이며, '단극화'는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중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2-3년간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또한 각종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준거집단이 다원화되고, 개인 맞춤화 경향이 높아진 것을 보면 N극화 역시 심해졌습니다. 또한 플랫폼 경제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발달하면서 승자독식 현상이 강해졌습니다. 즉 단극화 역시 심화되었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는 평균이 기준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3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우리 사회는 양극화, N극화(다극화) 및 단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사회인 것입니다.

평균 실종

 

양극화


자본주의에서 빈익빈 부익부는 원초적 속성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도 양분화되어, 초고가 아니면 초저자 상품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요즘 불황형 소비형태인 '짠 테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반면 프리미엄 시장 역시 뜨고 있습니다. 투자에서도 극안전 자산과 극위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바벨 전략이 인기입니다.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인 것입니다.

콘텐츠 역시 롱폼(유튜브, 블로그)과 숏폼(틱톡, 쇼츠, 릴스)으로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정치 또한 여야 양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심화되었는데, 사교육의 양극화가 학력의 양극화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업 결과 특히 중학생은 상위권과 하위권이 동시에 늘어난 반면 중간이 사라진 전형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N극화


개인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N극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맛으로 승부하는 '맛집'이 아니라 톡톡 뛰는 개성으로 승부하는 '멋집'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대중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아는 사람만 가는 '힙'플레이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출판계에도 책을 찾는 수요가 세분화되어 이제는 확실한 2,000~3,000명을 대상으로 한 출판이 이뤄지고 있으며, 책의 주제 역시 호기심을 유발하는 구체적이고 소소한 취향을 다루는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인터넷 서점 때문에 고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소규모 독립서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스페인과 관련된 모든 책을 취급하는 '스페인책방', 책을 무료로 빌려주는 대신 유료 글쓰기 강의나 북토크를 진행하는 연남동의 '독서관' 등 가지각색의 서점들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뷰티, 금융, 교육, 헬스케어 분야 등에서 기성품 대신 개별 소비자의 필요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는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AI가 뇌파를 분석해 그 사람의 감정에 맞는 향과 색을 가진 입욕제를 만들어준다든지, 얼굴을 촬영해 즉석에서 어울리는 립스틱을 제조해주는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간 획일적이었던 아파트 평면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려 10개 이상의 평면 규격을 갖춘 곳도 2022년도 분양된 아파트 중에서 11.8%에 달합니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가벽을 세울 수도 있고, 허물 수도 있게 한 이른바 비스포크 아파트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단극화


창립한 지 20여 년 만에 구글은 미국 검색시장의 92%를, 아마존은 미국 소매 전자상거래 매출액의 38%(2위인 월마트는 5.8%)를 차지해 각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이들의 지배력은 더욱 극단화되었습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가 지적한 이른바 "집단 도태"가 일어난 것입니다. 강한 자는 더 강해지고 약한 자는 아예 시장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미국의 주요 5대 글로벌 IT기업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구글(알파벳)은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2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균 시가총액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단극화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플랫폼 경제라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은 현재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되었고, 동영상 플랫폼의 경우는 유튜브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들은 현대인의 생활양식 그 자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플랫폼 경제에서 단극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일인자는 더 강력한 지배자가 되고, 네트워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더 강력한 구심력이 생겨 사람들을 더 끌어모으게 됩니다.

 

평균실종사회의 생존전략


이제 평균의 시대는 가고 개개인성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양극화, 다극화, 단극화의 시대에 더 이상 평균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있어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난도 교수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는 양자택일 전략, 둘째는 초다극화 전략, 세 번째로는 승자독식 전략입니다. 양자택일 전략은 양극단 중 한쪽을 타깃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초다극화 전략은 소수 또는 단 한 명에게 최적화된 효용을 제공하는 것이며, 승자독식 전략은 경쟁자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생태계 또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평범함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평균적인 무난한 생각, 평범한 상품, 괜찮은 서비스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특별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 차별화,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평균을 뛰어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바로 래빗 점프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토끼처럼 뛰어오르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내년 2023년은 검은 토끼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년도는 토끼의 점프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한 해인 것입니다. 그래야 평균이 무의미해진 양극화, 다극화(N극화), 단극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김난도 교수는 2022년을 '나노사회'라 하였고, 2023년을 '평균실종사회'라 명명하였는데, 이는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줍니다. 즉 나노사회는 나노 단위로 흩어진 개인들과 그들의 삶의 성격들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라면, 평균실종 사회는 나노화된 개인들이 그려내는 새로운 분포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먼저 평균에 대해 정의를 내려야 하며, 평균이 의미 있는 개념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전제조건을 알아야 합니다. 평균이란 어떤 자료를 설명하는 대푯값의 하나로, 많은 개별 값들이 모인 자료를 하나의 숫자로 요약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 평균값을 유의미한 값으로 사용하려면 많은 개별 값들이 정규분포의 형태로 모여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평균값을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하는 형태를 이룰 때 평균값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극화된 사회, N극화된 사회, 단극화된 사회에서는 평균값이 그 사회의 모습을 대변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균실종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나오며 : 자신만의 독특함을 극대화시켜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평균실종사회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평균을 대표 가치로 여기며 평균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평균만 하면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평균적인 삶은 매력적인 삶이 되지 못하는 삶이 되었습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있으며 이제는 부자 아니면 가난한 자가 되는 사회입니다. 내가 부자가 아니라면 가난한 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경제력만으로 나 자신을 평가한다면 너무나 삶이 힘들고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만의 독특함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나는 나 자체로 세상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이제 평균, 즉 다른 사람을 좇아 사는 삶은 의미가 없습니다. 나 자신만의 유니크한 면을 발견하고 그것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더 유효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나만의 것이 있다면 그것을 나의 생존전략으로 삼는 것이 경쟁력이 높을 것입니다. 2023년도에는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토끼처럼 한 단계 점프하는 새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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