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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야기

나노사회에서 살아가기

by 박노찬 2022.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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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떤 사회에 살고 있을까요? 우리 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특징적인 단어는 무엇일까요?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2022년도 대한민국을 "나노사회" 칭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나노사회의 뜻을 알고 있으며, 김난도 교수의 우리 사회에 대한 정의에 동의하십니까? 

 

나노사회의 정의

 

우리는 먼저 '나노'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학사전을 찾아보니 나노는 10억 분의 1을 뜻하는 단위 개념, 또는 미소(微少)의 뜻이라고 나옵니다. 아주 작은 단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우리 사회를 나노사회로 명명했습니다. 나노사회란 사회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산업의 형태, 사회적 가치가 아주 작은 단위로 파편화된 사회를 일컫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문제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경향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나노

 

나노공동체는 분열된 집단

 

김난도 교수는 '나노공동체'는 '분열된 집단'이라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표현 속에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나노는 아주 작은 단위입니다. 그렇게 작은 단위로 분열되어 있는데, 여전히 공동체라는 개념을 붙이고 있습니다. 분열되어 있는데 집단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겉은 똑같은 대한민국 사람이지만 개별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각기 다른 취향과 각기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나노사회는 갈등사회

 

실로 우리 사회 안에는 많은 분열과 갈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2021년 12월 헤럴드 경제가 의뢰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녀 간의 갈등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응답자의 33.5%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으로 남녀 간의 갈등을 꼽은 것입니다. 이 수치는 빈부갈등(32.5%)이나 이념 갈등(12.8%) 보다 높은 결과를 보여 줍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남녀 갈등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취직이 어려워지면서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에도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또한 직업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치관의 나노화

 

사람들의 가치관도 나노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혼자 술을 먹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혼술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과거에는 혼자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면 왠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들어가서 1인분도 주문이 되는지를 물었는데, 요즘에는 아예 혼밥 자리가 있는 식당도 많습니다. 주문배달앱에서도 1인분 주문이 가능합니다. 마트의 상품 포장 단위도 점차 소량 위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결혼 문화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결혼이 필수였지만, 요즘에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혼 연령이 점차 늦춰지고 있으며, 아예 결혼 대신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나노시장의 부각

 

이제는 대량생산 대량 판매의 시대는 끝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취향이 너무나 나노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도태되기 십상일 것입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도 나노시장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타깃이 점점 작아져 나노 단위의 대상을 타깃으로 하는 '나노타깃팅' 현상이 등장한 것입니다. 

나노타깃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단연 AI(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일 것입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나의 검색 내용이나 유튜브 시청 기록 등을 보고 나의 취향을 파악해 맞춤 광고를 하고 상품 추천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보고 '좋아요'(like)를 눌렀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상품 판매 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것을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라이크커머스'라 이름 붙였습니다. 

 

나노자아

 

요즘 우리 사회의 소비시장에 있어서 주축세력은 단연 MZ세대라 할 것입니다.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2022년  <뉴시안>과 리얼미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개인주의'가 뽑혔습니다. 그 수치는 무려 61.8%에 달했습니다. MZ세대의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는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으로서의 타인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존중받고 싶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타인과의 비교 대상이 아닌 온전한 자신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나노사회는 고독사회

 

이러한 개인주의는 가족의 형태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 1인 가구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가족이 함께 산다고 해도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것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가 극소화되면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고립도는 34.1%로 3명 중 1명이 고립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몸이 아파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고, 마음속 고민거리를 함께 나눌 대상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독사회 문제는 나노사회화된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가 되었습니다. 

 

나노노동의 증가

 

'나노노동'이라 함은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일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요즘 크게 증가한 노동 형태입니다. 2022년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약 434만 명에 달합니다. 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요즘 배달 대행업과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과, 무인매장 증가 등의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주업 외의 다양한 N잡을 아르바이트 형태로 병행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나노노동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배려와 포용의 문화를 기대하며

 

나노사회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해집단의 수는 더욱더 작고 미세해지면서 사회에 요구하는 사항들도 다양해질 것입니다. 정부나 지자체도 한 가지 정책만으로는 국가나 사회를 이끌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기업도 다양해진 고객들의 니즈와 취향에 따라 다양한 판매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기업이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없다면 기업 자체가 나노화 되어 특정 타깃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나노기업이 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나노화 현상은 시대의 흐름으로서 그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나노사회의 역기능을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개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집단 우월주의나 집단 이기주의는 버려야 할 것이며, 내 이익과 가치과 중요한 만큼 타인과 다른 이해집단의 이익과 가치도 존중하는 성숙된 문화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도 보다 세밀하고 섬세해져야 할 것입니다. 정책에도 나노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연대감이나 구심점 개발을 위해서도 힘써야 할 것입니다. 남녀가 하나 되고, 세대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치 개발에도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나노사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나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우선 그 자체를 인정하고 어떻게 다른 서로가 함께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집단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개인 개인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다름은 그름이 아니며 독특한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나노사회를 바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철학적 접근의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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