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입니까? 호기심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요? 혹시 이런 질문에 호기심이 생기시나요? 오늘은 호기심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 얘기를 할까 합니다.
호기심과 행복의 관계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저자 앵거스 플레처는 자신의 책에서 호기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호기심은 우리의 생존에 중요하다. 게다가 우리의 행복에도 중요하다."
그는 호기심이 우리에게 긍정적 정서를 높여주고, 우리를 더 유쾌하고 활기차며 더 즐겁게 살아가게 해 준다고 말합니다. 또 호기심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발견에 대한 기대감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해 준다고 표현합니다.
호기심은 어떻게 생길까?
위의 앵거스 플레처의 말에 의하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플레처는 생존에 있어서도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왜 그러한지 뇌신경학적인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테리아와 같은 무지한 생명체조차 생존을 위해 정보를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박테리아는 뇌가 없지만, 몸 중심부에 DNA나 RNA와 같은 데이터 저장 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음식을 대사하거나 번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뇌세포는 제일 먼저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뇌의 정보 수집 회로는 우리가 답에 대해 대강 짐작만 할뿐 정확하게 확신하지 못할 때 가장 열심히 작동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대강 짐작하면, 그 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확신하지 못한다면, 그 답은 우리가 이미 아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고 여깁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달성되면, 뇌의 보상 센터는 교활하게도 우리에게 도파민을 아주 조금 선물합니다. 마치 케이크 한입 정도밖에 안되는 양입니다. 달콤하지만 욕구를 채우지는 못하는 양입니다. 결국 맛보지 않았을 때보다 더 케이크를 먹고 싶어 안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뇌는 엄청난 호기심으로 정보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됩니다.
능동적 경이로 이끄는 호기심
이러한 엄청난 호기심은 우리를 능동적 경이로 이끌어 줍니다. 엄청난 호기심은 우리로 하여금 궁금해서 탐색하고 찾아보고 갈망하게 만듭니다. 능동적 경이의 반대는 수동적 경이인데, 신적 존재나 기적을 마주하고 놀라 경외감에 휩싸이는 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능동적 경이는 적극적으로 신적 존재나 기적을 좇아 앞으로 돌진하는 상태입니다. 우리가 강력한 호기심에 이끌려 탐색의 길을 나선 결과 답을 발견한다면 얼마나 놀라운 희열과 경이감에 사로잡힐까요?
가장 강력한 호기심은 뭘까?
당신을 사로잡는 가장 강력한 호기심은 무엇입니까? 예로부터 인간을 사로잡는 가장 강력한 호기심은 아마도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었을 것입니다. 내 운명은 어떻게 될까?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 때문에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신탁소나 점장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고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탁소는 델피의 신탁소였다고 합니다. 기원전 550년경 고대 리디아의 대단히 부유한 왕이었던 크로이소스가 델피에 찾아가 물었다고 합니다. "내가 페르시아 제국을 침략해야 할까?" 그 왕은 "그렇게 하면 대제국이 몰락할 것이요."라는 신탁을 들었다고 합니다. 당신에게는 이 신탁의 내용이 어떻게 들리셨나요? 크로이소스 왕은 '그래 좋았어. 내가 페르시아를 무너뜨린다는 뜻이로군.'이라는 해석을 내렸고,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결과는 크로이소스의 황금 왕국의 몰락이었습니다. 몰락할 대제국은 페르시아가 아니라 자신의 왕국이었던 것입니다.
그 뒤 미래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델피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 발길은 여전히 오늘날까지 이어져 용하다는 세계 각지의 신탁소나 점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문학이 개발한 호기심 자극 도구 : 서스펜스
문학은 이러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구를 계속해서 개발해 왔습니다. 그 도구는 탐정소설이나 공상과학소설, 스릴러물 속에 담겨 있습니다. 미래에서 수수께끼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미래의 수수께끼는 결국 미래에 답이 있습니다. 미래를 알려면 미래가 도래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기다립니다. 그런데 자꾸 궁금증이 더하면서 '서스펜스(suspense)'라는 감정으로 확장됩니다. 서스펜스는 당장 그 답을 알 수 없어서 생기는 초조하고 긴장된 기분입니다.
서스펜스는 우리의 궁금증을 더 활발하게 자극합니다. 수수께끼의 답을 더 빨리 알기 위해 시간을 훌쩍 건너 뛰고 싶게 합니다. 그래서 책을 더 빨리 읽게 만들고, 영화나 드라마에 더 깊이 빠지게 만듭니다. 작품 속의 주인공이 되어 허구 속을 누비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문학 장르는 비단 픽션만이 아닙니다. 교과서나 교육 매뉴얼 같은 지루한 책들과 같은 논픽션에도 미래의 목소리를 결합시키면 우리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책들로 변모시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고전 과학서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도 아래와 같이 서스펜스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박물학자로서 H.M.S '비글호'에 승선했을 때, 나는 새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러한 사실이 종의 기원, 그러니까 어느 위대한 철학자가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라고 했던 종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실마리를 제공할 것 같았다."
찰스 다윈은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라는 말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자신이 앞으로 제공할 "종의 기원의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도록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나가며 : 행복한 삶을 위한 호기심 증진 방법
앞에서 저는 호기심이 과연 행복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가라는 말로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바로 앵거스 플레처의 말을 빌어 호기심은 우리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강력한 호기심은 우리로 하여금 능동적 경이에 이르게 하여 행복감을 증폭시킴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장 강력한 호기심의 대상은 미래라는 것도 확인하였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이나 다큐멘터리나 영화들을 통해 우리의 호기심을 증진시킬 수 있고, 미래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씩 알아감으로써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만 해도 세상은 놀랍도록 변했습니다. 특히 IT와 AI기술은 사람들의 정보 격차를 과거보다 훨씬 더 강화시킬 것입니다. 미래 사회에 대한 정보를 빨리 습득하는 사람은 미래 사회에서 생존확률이 높아질 것이며, 미래 사회가 제공하는 과학 기술의 혜택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미래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제쳐두고 현재의 삶에 안주한다면 미래사회에서 도태되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될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오늘의 결론적 얘기가 마치 자기계발을 촉구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 미래의 행복은 미래에 펼쳐질 놀라운 일들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누고자 함입니다. 그 시작은 최신에 나온 미래에 관한 책으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고,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나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와 같은 스릴러로 시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앵거스 플레처,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제5장. "호기심을 자극하라"
<<함께 읽으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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