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유동성과 부채가 가져올 시장의 충격"
2022년 우리는 버블 붕괴의 현장에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2020년과 2021년은 주가의 고공행진의 시기였습니다. 어디까지 오를지 끝을 모르는 증시의 상승랠리를 보면서 버블이 곧 터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증시는 상승 중이기 때문이었죠.
심지어 미 연준조차 당시 유동성의 증가로 인해 서서히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고 있던 상황이었는데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말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압도적인 인플레이션 앞에서 연준은 긴축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고, 금리인상 신호와 함께 증시는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버블이 터지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버블에 대한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알레스데어 네언이 쓴 [버블 기회의 시그널]입니다. 부제는 "과도한 유동성과 부채가 가져올 시장의 충격"입니다.
버블의 징조
저자 알레스데어 네언은 2022년 버블 붕괴 전의 상황에 대해 진단합니다. 당시는 수백 년간 가장 낮은 금리의 시기였습니다. 또한 각국 정부의 부채 규모가 과거 어느 시기보다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례없는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친 시기였습니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돈을 찍어냈습니다.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극도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투자자들에게는 투기 심리가 팽배해진 시기였습니다. 과도한 위험 감수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과잉 밸류에이션의 시기가 지나면 일반적으로 자산들의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기가 뒤따라 온다"라고 저자는 지적했습니다.
자산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유
저자는 자산 가격 상승의 이유는 대부분 "낮은 금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각국 중앙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왜 장기적으로 유지해 온 것일까요? 그것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제 대공황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금융 당국은 금리를 압박하는 정책을 13년 넘게 유지해 왔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과거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이 반복될 위험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해 왔다는 것입니다. 저금리 정책의 본래 타당성이 상실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 리스크'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와 중앙은행은 더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을 을 펼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시장에는 과도한 유동성이 발생했고, 결국 자산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터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자산 가격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통화 부양책의 부정적인 결과인 것입니다.
불마켓이 계속해서 유지되려면
저자는 코로나 19 이후의 엄청난 불마켓에 '에브리싱 버블'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마켓이 계속해서 유지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실질적인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인구, 무역, 인구이동, 생산성(기술)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 달성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요소들을 통해 세계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인구
안타깝게도 인구 측면의 상황은 경제 성장에 있어 부정적으로 보입니다. 출산율은 감소 추세이며, 사망률 역시 감소 추세입니다. 이것은 결국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를 뜻합니다. 또한 인구 부양비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결론은 지난 50년 간 세계 경제는 인구 변화의 혜택을 누렸으나 앞으로는 그 상황이 역전될 것 같습니다.
2. 무역
요즘 미중 무역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안보 이슈가 대두되면서 자유무역 기조에서 보호무역 기조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세계화의 흐름이 지역화의 흐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공급 불안 요소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런 무역의 상황에서 순조로운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3. 인구 이동
최근 민족주의 포퓰리즘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의 증가로 인구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을 받고, 그 결과 노동 시장은 위축되고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심해지고, 특정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구 이동의 제약 역시 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4. 생산성(기술)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인구나 인구 이동 및 무역이 더 이상 경제 성장에 순풍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상황 가운데서 남은 희망은 앞으로 수십 년간 얼마나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의 열기로 엄청난 기술발전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저자는 "새로운 기술이 소개되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저자는 "생산성이 가속화될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요즘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탄소 중립 정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를 위한 비용 지출이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생산성 성장이나 수익성 향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보았습니다.
앞으로의 경제 전망
인구나 무역, 인구 이동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그에 따라 생산성도 향상되지 않는다면 과도한 자산 밸류에이션과 엄청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보았습니다.
향후 주식시장 전망
1980년까지 지수의 상승은 밸류에이션의 확장이 아닌 실제 수익의 성장에 의한 것이었지만, 현재의 불마켓은 수익 증가가 아닌 밸류에이션 확장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밸류에이션은 투자자의 심리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결국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대 평균 수준으로 회귀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닷컴 버블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때 역시 수익은 늘지 않았는데 주가는 엄청 올랐고, 그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이 하늘 끝까지 올랐다는 것입니다.
현재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수익 성장률과 비교할 때 과거 닷컴 버블 당시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2022년 버블이 터지기 전 S&P 500의 주가 수익비율은 장기 평균보다 2배 정도 높게 형성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50% 정도 지수 하락이 되어야 장기 평균에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SPY의 고점 대비 저점의 하락률을 보니 27.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점 대비 살짝 반등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으나, 저자의 전망 대로라면 앞으로 더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 모두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싶겠지만 말입니다.
저자는 부실한 밸류에이션은 오래갈 수 없다고 단정합니다. 중앙은행의 '풋'(양적 완화)은 카드 속임수와 같은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2013년 벤 버냉키가 양적완화 철회를 발표하자 일으킨 시장의 긴축 발작이 있었는데, 만약 이번에 중앙은행이 양적 긴축 정책을 발표할 때 과연 시장이 2013년에 보인 발작보다 덜 한 발작을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저자는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고 책을 쓸 당시 말하였으나, 이 책이 한국에 출간되었을 때는 이미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시점이었습니다. 그의 예언대로 시장은 발작하였고, 1년 가까이 주가는 하락 중에 있습니다. 지금은 슬슬 인플레가 정점을 지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연준이 언제 금리인상을 중단할까에 대한 예측이 분분합니다만, 정상적인 밸류에이션에 다다르려면 아직도 더 하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힙니다. 요즘 빅 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바와는 달리 부정적인 실적들이 보고되고 있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준비
저자는 앞으로의 자산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하나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정책 입안자들의 입을 주목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책을 쓸 당시 앞으로의 조정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동성이 마를 날이 올 것이고, 결국 자산시장에 대 혼란이 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언제 올 것인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한 혼란은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시작될 수 있지만, 가격 하락의 이유는 너무 높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때 투자자자들은 자신의 투자기반을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며, 자산 가격은 엄청난 하락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버블이 터지기 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유동성 확보"라고 하였습니다. 가격이 적절히 조정을 받아 새롭게 투자할 적절한 기회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빠르게 투자할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참으로 뼈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버블이 터진 다음에야 이 책을 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왜 버블이 곧 터질 것이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얘기에는 귀를 닫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장기투자가 최고로 좋은 투자 방법이라는 말에 현재의 주가가 적정 밸류에이션인지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고 부화뇌동식 투자를 하였으니 말입니다. 고점에 물려 강제적인 장기투자자가 되어 마음고생하고 있는 많은 동학개미, 서학개미들의 눈물이 보입니다.
경제 흐름을 보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는 후회감이 자신을 자책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니 앞으로의 투자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
'추천도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라우드 : 포스트 코로나, 비대면사회의 기술 혁명 (윤혜식 저, 2020) - 책 소개 (0) | 2022.10.28 |
---|---|
미래의 부 (이지성 저, 2021) - 책 소개 (2) | 2022.10.27 |
랜덤워크 투자수업 (버턴 말킬 저) - 책 소개 (1) | 2022.10.24 |
부자들의 습관 버티는 기술 (김광주 저) - 책 소개 (0) | 2022.10.23 |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저) - 책 소개(강추!) (0) | 2022.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