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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신앙 이야기

부활절을 앞두고 읽는 팀 켈러의 <부활을 입다>

by 박노찬 2023. 3. 31.

부활절을 1주일 여 앞두고 있는 지금, 내 마음속은 부활로 인한 희망보다는 세상의 근심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합니다.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차오릅니다. 그동안 제 삶의 중심이 되어 온 것은 예수님이 아니라 돈과 일, 주식과 블로그였습니다. 이것저것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마음의 평화나 잘하고 있다는 확신은 들지 못합니다. 내 삶의 반전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직감하게 됩니다. 얼마 전부터 읽고 싶은 마음이 든 책이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 내 삶의 방향을 잡아 주지 않을까 라는 어렴풋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책은 바로 팀 켈러의 <부활을 입다>입니다. 

십자가와 부활
십자가와 부활

인생 단 하나의 희망, 하나님의 위대한 반전

"인생 단 하나의 희망, 하나님의 위대한 반전"은 이 책의 부제입니다. 나는 이 구절을 붙잡고 한 동안 자신과의 씨름을 하였습니다. 나의 희망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에 희망을 걸고 있는가? 주식, 블로그?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막연한 희망? 그 좋은 날을 차지하고 있을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인생 단 하나의 희망"이라고? 단 하나의 희망? 내가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이 단 하나 뿐이라고? 과연 나는 그 단 하나에 희망을 걸고 있는가? 아니 그 단 하나의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그것과 전혀 관계없는 것에 희망을 걸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의 위대한 반전"이라고? 이것은 당연히 십자가 사건을 말하는 것이겠지! 십자가와 그 후의 부활. 그 부활 만이 내 인생의 단 하나의 희망이라는 것인가? 책의 제목대로 "부활을 입는 것", 그것 만이 내 삶의 유일한 희망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부활을 입고 있는가? 이성적으로는 그렇다는 정답을 말해야겠지만, 내 감정의 답은 "아니요"입니다. 결국 답은 '그것' 뿐이란 말인가? 

 

희망의 돌이 절실히 필요하다

책의 서문에서 팀 켈러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의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며, 바로 이 믿음을 품고 나는 남부로 돌아갑니다. 이 믿음으로 우리는 절망의 산에서 희망의 돌을 떠낼 수 있습니다." 

 

절망의 산에서 "희망의 돌"을 떠낸다고 표현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은유는 다니엘서 2장 34-35, 45절에서 따온 것입니다. 여기에는 바벨론 왕이 꿈 속에서 하나님께 받은 미래에 대한 환상이 나옵니다. 그 환상 중에 "손대지 아니한 돌이 산에서 나와서" 우상을 숭배하는 이 세상 왕국들을 부서뜨리고, 정의와 평화의 태산을 이루어 온 세계에 가득해진다는 내용입니다. 킹 목사의 은유는 하나님께 뿌리를 둔 믿음과 희망의 고백이었던 것입니다. 

 

팀 켈러가 이 책을 쓰던 당시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죽음과 전염병의 공포에 휩싸여있던 때였습니다. 팀 켈러 개인적으로는 20년 전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췌장암 진단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미국 내에서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시위에서는 과거 흑인 민권운동 때 품었던 희망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팀 켈러는 다시 희망의 돌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음을 믿는 것보다 더 큰 희망은 없다."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약하심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으나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아 계시다는 것입니다. 이 놀라운 사실을 깨달으면, 다른 불이 다 꺼져 암담해진 상황에서도 이 희망이 우리에게 빛이 되어 준다고 말입니다. 

 

이 책의 주제는 '예수님의 부활'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성경 전반을 이해하고 '고난, 개인적 변화, 불의, 확실한 도덕, 불확실한 미래' 같은 삶의 온갖 도전에 직면하는 열쇠라는 것에 집중합니다. 

 

팀 켈러는 지금이 세상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암흑기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희망을 갈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것입니다. 

 

암흑기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코로나의 공포 속에 살아왔습니다. 이제 엔데믹 시대를 맞이했지만, 수십년만의 고물가와 그를 잡고자 하는 고금리 정책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16위 권의 은행인 SVB가 파산하고, 잇따른 은행들의 위기설과 경기 침체의 암담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고금리에 집값은 폭락하고 영끌족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인플레이션의 공포는 여전히 우리를 옥죄고 있고,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빚 갚느라 허덕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언제 고금리의 행진이 멈추고 피봇의 나팔이 울릴 것인지 아직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암흑기에 우리를 견디게 해 줄 희망은 무엇일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작금의 암흑기에도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대반전, 예수의 부활

팀 켈러는 거짓 희망과 불안으로 뒤엉킨 현 시대의 위기 상황 속에서 유일한 희망은 바로 예수 그리스의 부활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초대 교회 당시 그리스도인들을 근심하게 했던 수많은 시험들과 불 시험(벧전 1:6; 4:12)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오히려 기독교가 번성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시험을 당해 근심하고 있는 초대교회 교인들을 향해 사도 베드로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게 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 하시며...... 너희 믿음과 소망이 하나님께 있게 하셨느니라"(벧전 1:3, 21)라고 상기시켰습니다. 

 

우리의 앞날에 희망이 있는 근거는 과학 발전이나 사회 진보가 아니라 하나님임을 강조합니다. 부활을 사실로 믿는 자에게 성령은 영적 새 생명을 주시며, 그 생명이 가진 필수 요소는 바로 희망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면 영혼 깊은 곳에 그 희망이 심기는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 속으로 희망이 녹아들어 어떤 상황에도 능히 맞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첫걸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실제로 있었던 일임을 믿는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그 부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함께(반드시 함께 있을 때에만) 미래의 새로운 창조세계를 우리의 현재 속에 들여놓은 사건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하나님의 전능하신 능력을 지금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우리의 죗값을 치르실 때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어졌습니다. 이 휘장은 그때까지 인류와 하나님의 거룩하신 임재가 분리되어 있음을 상징했었으나, 찢어짐으로 하나님의 임재가 우리에게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의 능력이 이제 우리 안에 있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그가 보내신 성령은 둘 다 "첫 열매"(롬 8:23; 고전 15:20-23) 요, "보증"(엡 1:13-14; 고후 1:22; 5:5)입니다. 장차 사망이 멸망하고 물질세계가 새롭게 재창조될 사건에 대한 계약금이자 첫 납입금인 것입니다. 이 능력이 아직 여기에는 부분적으로밖에 없지만, 실존하는 실재이며, 현재의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에 누릴 부활한 삶을 현재의 생활 방식에 접목해야 합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재물과 권력을 보는 관점, 직장에서 일하는 태도, 성과 인종과 정의에 대한 이해와 실천 등이 모두 변해야 하는 것입니다. 

 

십자가와 부활대반전(The Great Reversal)입니다. 현재의 삶을 미래에 완성될 하나님의 새로운 창조세계와 연결 지어 살아가도록 우리에게 능력과 틀을 가져다줍니다. 이것이 이 책의 기본 주제입니다. 

 

나가며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맞이해 십자가와 부활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며, 어떻게 부활의 삶을 살 것인지 깊이 묵상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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